[김종원의 랜선 여행] 동파교 발원지이자 나시족의 성지인 '백수대'
백수대(白水臺)는 여강(리장)에서 북쪽으로 85km, 샹그릴라에서 103km쯤 떨어진 해발 2670m에 위치해 있습니다.
또한 백수대는 옥룡설산의 만년설이 녹아 지하로 스며들어 흘러내린 물이 햇빛과 만나 하얀 석회석 침전물을 만들어내면서 형성된 계단식 논 모양의 전형적인 카르스트 지형입니다.
한참을 힘들게 올라야만 만날 수 있는 절경인 백수대는 상형문자인 동파경(東巴經)을 쓴 곳으로 유명할 뿐만이 아니라 동파교가 창시된 나시족의 성지이기도 합니다.
백수대의 생성원인은 사천성에 있는 황룡과 같습니다.
즉 주변에 있는 나무에서 떨어진 나뭇잎과 나뭇가지들이 물의 흐름을 막고 물속에 함유된 탄산칼슘(CaCO3•석회석)이 퇴적되면서 자연적으로 계단을 형성한 것이죠.
그러니까 주변에 나무가 없으면 이런 계단식 논 모양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데크길을 따라 백수대 위로 한참을 올라가면 백수대 원천(源泉)이 나옵니다. 이물이 여강고성을 적시고 관통해 흘러갑니다.
이 원천 물은 아무리 추워도 얼지 않고 극심한 가뭄에도 결코 물이 마르지 않습니다.
또한 마실수록 젊어진다는 샘물입니다. 너무 많이 마시면 더욱 더 젊어져서 아기가 된다는 샘물이죠.
저도 아기가 될까봐 양손바닥으로 공손히 샘물을 떠서 몇 모금만 마셨습니다.
일행 중 이곳 백수대 원천까지 온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백수대의 원천이 있다는 걸 모르기 때문이죠.
일행들 중 여성대원들은 백수대 선녀욕지(仙女浴池)에서 여러 포즈를 취하며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습니다. 선녀욕지는 구름에 반영되어 환상적입니다.
선녀욕지는 천상의 세계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는 곳이라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조금 더 내려오자 기슭에는 옥처럼 하얀 임산부 모양의 천연조각상이 있습니다.
이 지역에 사는 나시족들이 다산(多産)의 신을 숭배하며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곳이죠.
나시족은 여성의 생식기를 닮은 이곳을 다산의 여신으로 여기며, 아기를 갖고 싶어하거나 불임인 남녀가 이곳에서 참배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또한 신혼부부들이 이곳에 와서 향을 피우고 절을 하며, 이곳에 상주하는 노인에게 얼마간의 돈을 지불하면 기도를 해줍니다.
젊은 부부의 부탁을 받은 노인은 물줄기가 떨어지는 여성의 생식기를 닮은 곳에서 뭐라 중얼거리며 한참 동안 기도를 합니다.
이곳에서 만난 나시족 노인이 우리 돈 3000원을 내밀며 중국 돈으로 바꿔달라기에 30위안을 주며 바꿔 줬습니다. 제가 배에 가까운 돈을 드린거죠.
그리고 노인에게 물어봤습니다. 샹그릴라가 뭐냐고? 그리고 과연 있기나 한 거냐고요?
''인간과 자연이 서로 싸우기 전 서로 사랑하는 형제였을 때의 모습, 여기 이 백수천의 맑은 물처럼 순수하고 평화롭게 흐르는 것, 물처럼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곳이 바로 샹그릴라가 아닐까요?''
허술해 보이는 노인이지만 아마도 동파사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인의 우문현답(愚問賢答)에 감탄하며 백수대를 내려왔습니다.
팁1>백수대를 오를 때 무릎이 부실한 사람은 말을 타고 오를 수 있습니다.
팁2>백수대와 백수천(하)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백수천은 옥룡설산의 만년설이 녹아내린 물로 백수대를 본따 계단식 인공폭포를 만들어 놓은 곳으로 하얀 야크를 타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을 말합니다.
김종원 여행작가 kimjw@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