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포항 김기동 감독의 '기동 매직'과 '기동 매력'의 저력...FA컵 "끝내 정상탈환"

2023-11-05     이상기 칼럼니스트
사진=뉴시스 제공.

운동 경기는 기세(氣勢)싸움이다. 기력과 세력 경쟁이다. 

이를 축구 경기에 대입시키면 기력은 투지력과 승리에 대한 열망을 의미하며, 세력은 경기 주도력과 팀웍(결집력과 헙력체제)으로 구현된다.

2023년 FA컵 결승전은 처음에는 마치 장기를 둘 때, 상대편의 궁을 잡으려는 수와 그 수를 막는 수를 서로 주고받는 호각세를 이루었다.

그야말로 명가 프로축구팀 답게 서로 대립하여 승부를 가리기 어려웠다.

전북 현대의 장군 뒤기에 포항 스틸러스가 멍군으로 받다가 후반부에는 포항이 완전 판을 뒤집어 버린 형국이 되었다.

포항이 전북 꺾고 10년 만에 FA컵 우승은 결코 그냥 얻어진 영광이 아니었다.

김기동 감독과 선수들이 혼연일체된 응집력과 강한 의지력의 결과이다.

마지마까지 정신력을 발휘해가며 이루어 낸 기동력이 만든 '기동 매직'  그 자체였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야 보배가 되는 법이다.

비록 화려한 호화군단이 아니지만 개개인의 장점을 서로 엮어서 꿰멘 우수한  조련사 자질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부단히 전북 현댸의 문을 두드린 스틸러스(무쇠·鐵)의 기질이 혼합된  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수비 에서는 1미터 90을 넘는 그랜트의 헤더 능력, 공격에서는 제카의 고공력과 함께 투지력(몸싸움)이 팀 분위기에 녹아들었다는 점이다.

거기에 적시적절한 선수(특히 홍윤상) 교체는 역전 발판의 계기를  만드는 불쏘시개가 된 셈이다.

용병지해유예최대(用兵之害猶豫最大)의 좋은 실례를 남겨 준 셈이다.

용병에게는 주저하는 것이 가장 큰 해악이라 것을 여실히 증명해 주었다.

축구 지도자(감독)의 구상이나 신념이나 자기만의 스타일은 궁극적으로 그가 이끌고 있는 조직의 경영방침이 되고 조직문화가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이념적 독선이 아닌 가치의 공유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 고전 채근담에 '청능유용 인능선단(淸能有容 仁能善斷)’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갈끔한 사생활 견지와 마음을 정결하게 갖고 도덕적으로 청렴하면서도 포용력을 가지 면서도 결단력을 가지라는 의미다.

곧 서로 불비한 여건과 불리한 환경 하에서도 초지일관 평정심으로 균형을 잡아 유연성을 유지하라는 충고다. 

이것이 바로 축구 지도자가 팀을 이끄는 리더십을 통해 보여주어야  할 자세이다.

이번 김기동 감독이 보여준 '기동 매직'의 '기동 매력'이다.

모든 영역에서 지도자(경영자)가 실천해야 하는 값진 교훈이라 할 수 있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