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국 영화 '버스 44'가 주는 교훈, "충고는 귀에 거슬리나 이롭다"

2023-10-26     배대열 칼럼니스트
사진=뉴시스 제공.

비극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의 줄거리를 여러분께 전합니다.

"양약은 입에 쓰나 몸에는 좋고 충고는 귀에 거슬리나 행동에는 이롭다."
"(良藥苦於口利於病,忠言逆於耳利於行)"

-이 말은 공자가어(孔子家語) 육본편(六本篇)과 설원(說苑) 정간편(正諫篇)에 실린 글입니다.

언젠가인지 정확한 시기는 생각나지 않지만 십 수년 쯤 전에 글로 읽었던 적이 있었던 중국의 "버스 44"라는 영화의 줄거리를 기억 속에서 더듬어 보았습니다.

젊은 여성 운전사가 몰던 버스가 산골마을을 달리던 중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그 영화는 11분 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작품성도 나무랄 데 없었지만 영화를 감상한 팬들의 감동과 교훈은 컸었다고 합니다.

여성 운전자가 모는 버스는 목적지를 향해 달리던 중에 건달 복장을 한 건장한 남성 셋을 태웁니다.

버스가 달리는 중에 이 남성들은 여성 운전사 곁에서 성희롱을 반복적으로 계속합니다.

이를 지켜보던 승객 중 젊잖게 생긴 한 중년 남성이 성희롱을 하던 사내들을 정중하게 나무랍니다.

"이보게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이런 행동을 하면 사고의 위험도 있고 도덕적으로도 옳지 못한 일이니 당장 중지하시오"

이 말을 들은 건달들은 중년 남성에게 달려들어 마구 폭행을 가해 중상을 입힙니다.

그리고는 바닥에 쓰러진 중년 남성을 그대로 둔 채 여성 운전사를 끌고 숲속으로 들어가서 윤간(輪姦)을 자행합니다.

40여 명 승객들 누구도 숨을 죽인 채 이를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한참 후 세 사내와 사색이 된 여성 운전사가 옷매무새와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채 버스로 돌아옵니다.

여성 운전사가 운전석에 앉아서 출발하려다가 바닥에 쓰러져서 신음을 하고있던 중년 남성에게 차에서 내려달라고 고함을 지릅니다.

"이봐요, 아저씨 차에서 빨리 내려주세요. 당신이 내리지 않으면 출발하지 않겠어요"

중년 남성은 여성 운전사를 구해 주려다가 맞아서 다친 것도 억울한데 차에서 내리라고 하니 기가 막힙니다.

"아니 나는 당신을 구해주려다가 이렇게 다치기까지 했는데 그건 너무하잖소?"

그러나 여성 운전사는 들은 척도 않고 또 고함을 지릅니다.

"어서 내려요"

보다못한 버스 승객들이 달려들어 그 중년 남성을 차에서 끄집어 내립니다.

여성 운전사는 중년 남성의 가방을 차창 밖으로 내던져 버리고는 차를 출발시켰습니다.

중년 남성은 심한 배신감과 부상의 통증으로 치를 떨다가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무거운 몸을 추스려 산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갔을까?

경찰차와 구급차가 급히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고도 한참을 더 걸었습니다.

산 모퉁이를 돌아가는데 경찰차와 구급차가 서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 나절 전에 이곳을 지나던 버스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낭떠러지로 굴렀다는 것입니다.

승객 44명과 운전사까지 모두 사망한 끔찍한 사고였습니다.

중년 남성은 그제서야 여성 운전사의 숭고한 뜻을 짐작하게 되었습니다.

여성 운전사는 버스 안에서 살려둘 가치가 있는 사람은 오직 그 중년 남성 뿐이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 사람을 억지로 버스에서 내리게 한 후 버스를 과속으로 몰아 일부러 낭떠러지로 굴렀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남성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여성 운전사에게 성희롱을 하다가 자신들을 말리는 중년 남성을 폭행하고 여성 운전사에게 윤간까지 가함으로써 자신들의 욕구만 채운 건달들을 포함한 버스 안의 모든 방관자들은 이 세상에 더 이상 살아야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했던 여성 운전사의 의로운 행동을 통해 또 큰 깨우침을 얻습니다.

이 짧은 영화 한편으로 무명이었던 데이안 엉(伍仕賢) 감독은 일약 국제적 스타감독의 반열에 등극합니다.

이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는데 많은 팬들이 비탄해하면서 공감의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입니다.

"양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좋고, 충언은 귀에는 거슬리지만 행동에는 이롭다."

2500여년 전 공자님께서 하신 말씀이지만 시공(時空)을 초월한 현대에서도 교훈을 남기는 글입니다.

세 건달이 중년 남성의 충고를 받아들였더라면 여성 운전사의 분노를 자극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자신들과 40여 명 승객들의 목숨도 허무하게 버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배대열 칼럼니스트 BDYTYY@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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