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머리카락 수출 대국' 됐다... 아름다운 '검은 장발'이 장점

신앙에 기반한 안정적인 두발 모 공급은 인도의 강점 수출량의 약 25%가 힌두교 사원에서 나와 고품질의 실크 헤어 가발은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2023-10-19     이창우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올해 세계 1위의 인구 대국이 된 인도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에서도 '대국'이라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여기에는 규모뿐만 아니라 오늘날 인도가 지닌 독특한 가치관과 문화, 사회상이 투영돼 있다.

아름다운 검은 장발은 값비싼 상품이기 때문에 '블랙 다이아몬드'라고도 불린다.

인도 상공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인도 머리카락(가발) 수출액은 147억 루피(약 2393억 1600만 원)로 전년보다 18억 루피(293억 원) 증가해 인도는 세계 유수의 '가발 수출 대국'이 됐다.

인도의 14억 명이 넘는 인구 덕분만은 아니다.인도 남부 첸나이에서 가발 수출업을 하는 조지 체리안은 "신앙에 기반한 안정적인 머리카락  공급은 인도의 강점"이라며 "수출량의 약 25%가 힌두교 사원에서 나온다.”

6월 하순,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의 티루베르티바라지 사원에 있는 체리안의 '납품업자'를 찾았다. 힌두교 성지 중 하나인 이 사원은 하루 평균 8만 명이 순례하는데, 이 중 절반은 순례 전에 머리를 깎고 절에 모신다고 한다.

삭발 장소는 사원 건물과 인접한 네모난 집이며 종교 건물이라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다.

이발사 나카라니씨 앞에는 순례를 온 여성 신도 다쓰타지리씨가 앉아 있었다. 허리에 검은 머리카락이 가볍게 물에 젖자 가래니는 망설임 없이 면도칼을 집어들었고, 이윽고 발치에 떨어진 머리카락은 이미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나카라니 씨는 검은 머리를 인도 미의 상징으로 여겼다. 사찰 관계자는 "신에게 머리를 바치는 것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버릴 수 있다. 삭발은 순례에 앞서 중요한 의식이다.”라고 언급했다. 

이곳에는 10곳 안팎의 이발시설이 있고 1200명의 이발사가 24시간 교대로 출근해 신도들의 머리를 깎고 있다.

신에게 바치는 머리카락은 사찰에서 두발 판매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집중 경매된다.

인도에서도 머리털 출하량 1위, 연간 매출 약 15억 루피에 이른다.수익금은 사찰 유지와 교육 사업에 쓰일 것이라고 한다.

두발 거래에 정통한 아데란스의 센토 신이치 선임이사는 일본을 비롯해 딱딱하고 끈기 있고 튼튼한 동아시아인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을 선호하는 사람이 대다수지만 유럽과 미국인은 자신의 머리카락과 비슷한 품질의 인도인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을 선호하며 특히 미국인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가발은 모양이 잡히지 않고 세탁이 쉽지 않지만 인도인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과 리필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

인도에서 머리카락은 중요한 수입원으로 간주되며 때로는 헤어 살롱이 전문 업체에 머리카락을 판매하기도 한다.

고품질의 실크 헤어 가발은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인도에 편승했다.

희소성이 높은 유럽과 미국인의 금발은 ㎏당 50만엔(약 453만 원)에 달했고, 인도인의 머리카락도 ㎏당 15만엔(135만 원)에 팔렸다.

파마와 염색에 익숙해지는 이면에는 머리카락이 강인한 '흑발'의 공급이 줄고 있지만 인도에서는 아직도 자연 흑발을 숭상하는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체리안은 "인도가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신에게 머리카락을 바치는 문화는 변함이 없다. 인도는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