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부위침과 이백 시인의 탄생
마부위침(磨斧爲針)이란 말의 뜻을 되새겨 봅니다.
당대(唐代)의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이백(李白)의 일화에서 파생된 고사성어입니다.
이백(701~762)의 자(子)는 태백(太白)이고 호(號)는 청련(靑連)과 취선옹(醉仙翁)으로 불렸습니다.
두보(杜甫)와 함께 시의 양대 산맥을 이룬 저명한 시인입니다.
이백의 시는 서정성(抒情性)이 뛰어난 까닭에 논리와 체계성 보다는 감각과 직관에서 독보적인 존재였습니다.
이백의 시에는 술과 달이 자주 등장합니다.
낭만적이며 귀족적인 싯귀가 많이 등장하는 이백의 시를 감상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시에 흠뻑 빠져드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토록이나 유명한 이백이었지만 그도 어린 시절에는 한낱 말썽꾸러기 소년에 불과했습니다.
이백이 소년 시절 부모님의 강요로 서당에 다니긴 했는데 늘상 말썽을 피우는 바람에 서당에서 쫓겨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백은 어느 날 상의산에 기거하는 유명한 스승에게 보내집니다.
하지만 서당에서도 말썽을 피워 쫓겨나기를 반복했던 이백이 산에서라고 얌전히 공부만 하고 있었겠습니까?
스승 몰래 산에서 내려온 이백은 집으로 가던 중에 냇가에 다다릅니다.
냇가에는 연로하신 할머니께서 도끼를 단단한 바위에 문지르고 있었습니다.
이를 궁금히 여긴 이백이 할머니께 여쭙습니다.
"할머니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시는지요?"
"응, 나 지금 바늘을 만드는 중이란다"
할머니의 말을 들은 이백은 깜짝 놀랍니다.
"아니,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들어요?"
"그럼, 도중에 그만 두지만 않는다면 만들 수 있지"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할머니의 말을 들은 이백은 할머니의 의지에 감명을 받아 발걸음을 돌려 다시 산으로 들어가서 열심히 배움의 길을 가게 됩니다.
그런 덕분에 이백의 시들은 130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믐 밤 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으며 이백 또한 후손들로부터 시선(詩仙)이라는 최고의 칭송을 듣고있는 것입니다.
다음은 산중답속인(山中答俗人) 이라는 이백의 시를 한 수 옮깁니다.
문여하의서벽산(問余何意棲碧山)
어찌하여 푸른 산 속에 사는가?
소이부답심자한(笑而不答心自閑)
내게 묻길래 웃으며 대답하지 않으니
마음은 절로 한가하더라
도화유수묘연거(桃花流水杳然去)
복사꽃 흐르는 물에 아득히 떠내려 가는데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따로이 천지가 있으니 인간 세상은 아니더라
시를 음미해 보면 도교의 영향을 받았음도 은연 중에 느낄 수 있지요.
이백이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드는 할머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크게 깨우침을 얻지 못했을 것이고, 그저 필부(匹夫:보잘 것 없는 사내)로 생을 마감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있을 때에는 천재시인이요, 죽은 후에는 전설이 된 이백의 삶을 반추해 봅니다.
배대열 칼럼니스트 BDYTYY@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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