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을의 문턱, '백로(百露)'절기를 앞두고
훅하고 곁을 스치는 뜨거운 바람도 이제 산들 부는 가을의 소슬바람 등살에 꼬리를 감출 날도 머지 않은듯 싶다.
쉼 없이 땀을 흘리며 달려온 작은 노력들이 몽글 몽글 행복나무에 매달려 자태를 뽐내는 날을 고대하는 결실의 계절이 다가온다.
내일의 희망이 알차게 익고 있는 시간들이다.
더워도 지치고 힘들어도 넓은 가슴 내어 주며 마음 가득 담긴 미소를 벗삼아 내일로 가는 이정표에 발자욱을 새겨 보는 시점이다.
바야흐로 ‘가을’ 의 문턱이 다가오고 있다.
24절기 중 열다섯 번째 절기인 백로(百露)가 다음주 9월 8일이다.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이다. 이때쯤 밤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기 때문에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게 된다.
이 무렵부터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점이다.
가을을 노래하는 대표적인 수식어‘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수확의 계절', 여행의 계절’, ‘독서의 계절’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 연상된다.
시인 이해인은 "9월의 기도"에서 가을문턱의 단상을 이렇게 묘사했다.
"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 모두 지워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다보며 자유롭게 비상하는 꿈이 있게 하소서 꿈을 말하고 꿈을 쓰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 이 가을에 떠나지 말게 하시고 이 가을에 사랑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
그래서 가을의 정서와 정취는 풍요로움, 수확의 꿈, 센티멘탈리즘(감상주의)로 요약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하여 최창일의 "아름다운 사람은 향기가 있다"중에서는 가을의 정서를 이렇게 표현했다.
"가을에는 풀잎도 떨고 있습니다. 끝내 말없이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기 때문입니다. 바람은 텅 빈 들에서 붉은 휘파람을 불며 떠나는 연습을 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가을을 좋아합니다. 누군가 따뜻한 손을 잡아줄 사람을 만날 것 같은 느낌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을의 문턱 9월은 가을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본격적인 가을을 앞두고 성장과 번영을 멈추고 씨앗으로 뿌리로 수렴해 가야만 하기에 서서히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다.
곧 나뭇잎이 물들고 쌀쌀해지는 날씨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 마음도 문득 가라앉기 시작한다.
한걸음 한걸음 수확과 결실의 꿈으로 얻어지는 행복감에 다가 서는 발자욱 소리를 들는 9월 첫 주말이 되기를 기도 합니다.
(주)세방이앤씨 회장 전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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