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체에 이로운 것은 입에는 쓰다

2023-08-22     배대열 칼럼니스트
사진=뉴시스 제공.

당장 먹기는 달지만 결과는 해가 된다는 의미와 상통합니다.

이 교훈의 유래는 중국 삼국지 고사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통상 "몸에 좋은 약은 반드시 입에는 쓰다."고 합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몸에는 이롭고,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동에는 좋다"는 말을 가끔씩 듣습니다.

중국 전한 시대의 저명한 역사학자였던 사마천(司馬遷)이 저술한 사기(史記)에 실려있는 내용입니다.

진(秦)나라가 망하기 직전, 초(楚)나라의 회왕(懷王)은 항우와 유방에게 "진나라의 수도인 함양(咸陽)에 가장 먼저 입성하는 자를 왕으로 봉하겠다"며 경쟁심리에 불을 붙입니다.

기원 전 207년 10월, 유방은 항우보다 먼저 함양에 입성합니다.

진시황의 궁전을 둘러본 유방은 화려한 궁궐과 명마, 금은보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궁녀들의 미모에 마음을 뺏겨 이성을 잃을 정도였습니다.

이를 눈치챈 장수 번쾌가 "아직 천하를 손에 넣은 것이 아닙니다. 한시 바삐 이곳을 떠나 외곽에 진을 치시옵소서"라고 진언하지만 유방은 흘려 듣습니다.

소하도 번쾌를 거들면서 "이곳은 위험합니다. 바깥에서 숙영하면서 항우의 군사를 기다려야 합니다. 만약 항우가 화를 내면 우리가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항우가 기분이 나빠할 이유는 함곡관 입구에서 항우를 기다렸다가 자신과 함께 함양성에 진입해야 했는데 우리가 먼저 입성한 것을 트집잡을 것이 분명합니다. 더욱이 우리 군사는 10만 이지만 항우의 군사는 40만이 넘습니다"

그러나 유방은 자신이 함양에 먼저 입성했으니 함양은 자기가 임자라며 버팁니다.

이에 유방의 진의를 알아차린 장량이 유방에게 "진(秦)이 무도한 폭정을 펼침으로써 백성들의 원한을 샀고, 왕께서 이렇게 황궁까지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 왕께서 하실 일은 진을 멸하고, 천하의 민심을 얻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에 상처를 입은 백성들을 위하여 상복(喪服)을 입고 조위(吊慰)함이 옳으신 줄 아뢰옵니다. 

이제 겨우 진의 황궁에 입성하자마자 금은보화와 여색에 눈을 돌린다면 진 황제들과 다를 바 있겠습니까?"라고 간언한 후 "본래 좋은 약은 입에는 쓰나 병에는 좋고, 충언은 귀에는 거슬리나 행동에는 이롭습니다. 모쪼록 번쾌와 소하의 충언에 따르시옵소서"라고 간언합니다.

장량의 충언을 새겨들은 유방은 자신의 마음을 돌이키고 함양성의 모든 국고와 재화를 창고에 봉한 후 황궁을 떠나 패상에 진을 칩니다.

결국 그 해 섣달에 유방의 함양 입성을 문제삼은 항우는 "홍문(鴻門)의 연(宴)"을 열어서 유방을 살해하려다가 장량과 항백의 기지로 목숨을 건집니다.

그러다가 5년 후인 기원 전 202년, 유방은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초패왕(楚霸王) 항우를 해하(垓下) 전투에서 죽이고 천하를 다시 통일하는 위업을 달성합니다.

여기서 "좋은 약은 입에는 쓰나 몸에는 좋고, 충언은 귀에는 거슬리나 행동에는 이롭다"는 뜻의 <良藥苦口利於病 忠言逆耳利於行>이란 고사성어가 탄생했다고 전합니다.

배대열 칼럼니스트 BDYTYY@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