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북현대 페트레스쿠 감독, '견란구계' 경계...예열 (豫熱)에 시간 소요?
프로 축구 울산과 전북 경기는 일명 '현대가 더비'로 통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엎치락뒤치락하며 우승 경쟁을 벌인 숙명의 라이벌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증하듯 19일 111번째‘현대가 더비’가 거행되었던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27라운드 경기에는 무려 3만756 명의 관중이 찾아왔다.
지난 2018년 유료 관중 집계 도입 후 울산은 처음으로 3만 관중을 돌파했다. 그만큼 '현대가 더비'는 대 흥행을 이루었다.
이날 울산은 이번 시즌 세 번째 맞대결에서 운집한 홈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이청용과 엄원상이 협력하여 결승골 작품을 만들었는데, 두 선수 모두 홍명보 감독이 꺼내든 조커였다.
특히 울산은 이청용 선수를 교체 투입 한지 40초 만에 빠른 준족을 자랑하는 전북 현대 킬러로 통하는 엄원상에게 이어지는 우회적인 킬 패스 한방으로 전북현대를 무너뜨렸다.
실리 축구를 앞세운 홍명보 감독의 지략으로 울산 현대가 현대가 더비 승자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한 지난 시즌 12골 6도움으로 울산 우승을 이끈 엄원상 선수의 부활이 무척 빛났다.
앞선 26라운드까지 리그 3골 3도움에 그친 엄원상은 어려울 때 팀에 결정적인 활력소가 되어 재 상승의 불씨를 살렸다.
지난 시즌 16년 만에 감격의 K리그 1 우승을 차지한 울산은 올 시즌에도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1강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반면 최대 경쟁자인 전북은 일찌감치 부진에 빠지며 우승권에서 멀어지면서 급기야 외국인 페트레스쿠 감독을 영입했다.
이에 라이벌 전을 준비한 홍 감독의 승부수는 공격이 아닌 수비였다.
홍 감독은 최근 부진이 상대 역습에 무너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상대가 쉽게 파고 들 수 있는 빈 공간을 차단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필요 시 3백을 5백으로 늘리는 전술 변경을 통해 상대가 파고들 공간까지 막아내면 오히려 공격도 자신 있게 풀어갈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적시적인 타이밍에 교체한 노련한 이청용과 킬러 엄원상이 긴밀한 협력으로 결승골을 만들었는데, 두 선수 모두 홍명보 감독이 평소 전북 현대 수비진의 허점을 감안하여 꺼내든 히든 조커였다.
전북 현대 센터백이 신장은 장신이지만 다소 느린 발을 염두에 둔 상대의 혀를 찌르는 킬 패스는 전열을 무너뜨리기에 적중했다.
울산은 지난 6월 3일 전북과의 맞대결에서 0-2로 패하며 자존심을 구긴 바 있다.
이번에 전주성에서의 뼈아픈 '현대가 더비'에서의 패배를 복수함과 동시에 그간 300분 골 맛을 보지 못한 부진 탈출에서 이번 전북전은 완전 터닝 포인트가 된 셈이다.
경기가 끝난 뒤에 페트레스쿠 전북 감독은 "전반적인 경기 내용을 볼 때 최소한 비겼어야 하는 경기다.
전반 초반에 압도적인 골 점유율과 함께 찬스가 있을 때 골을 넣지 못한 것이 아쉽다."라면서 "전북에는 우수한 선수가 많아 충분히 더욱 발전할 수 있어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 밖에 없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여하튼 111번째‘현대가 더비'에서 전북이 울산에 무릎을 꿇었다.
이날 경기는 홍명보 감독의 지략, 울산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울산의 골 결정력이 빛났던 승리였다는 평가이다.
이로써 이번 시즌 세 번째 라이벌 맞대결에서 시즌 상대 전적 2승 1패로 울산이 우위를 점하게 됐다. 통산 전적은 111전 41승 29무 41패로 동률을 이루게 되었다.
이와 관련 유럽의 명장 페트레스쿠 감독은 아마도 "새로 영입한 페트라섹 센터 백과 미들 필더 나나 보아탱이 아직 완전히 팀에 녹아 내리지 않았고 감독의 전술·전략이 완전히 팀 경기 운용에 스며들지 않았다."는 말을 전북 팬들에게 전달 하고 싶었을 것이다.
현대가 더비에서 이번 울산 원정 경기에서 전북 현대의 패배를 너무 실망하지 말고 지나치게 성급하지 말고 기다리면 주면 서서히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는 무언의 약속을 드릴 수 있겠다.
마치 달걀을 보고 닭 울음소리로 새벽 알리기를 바라거나, 탄 알을 보고 새 구이를 먹기를 바라는 것과 같이 '지나치게 서두르지 마시라'는 당부와 함께 시간이 지나면 '페트레스쿠 방식의 축구 스타일'을 차근차근 보여주겠다는 무언의 약속을 던지고 싶을 것이다.
마치 "달걀을 앞에 놓고 닭이 되어 울기를 바라다"는 견란구계(見卵求鷄)라는 고사성어 의미를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약이다."라고.
이에 향후 현대가 더비는 더욱 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치열한 경쟁은 선수들의 열정을 불러오고 이는 스포츠(축구)산업에도 성장동력으로 작용될 것이다.
불꽃 뛰는 K1 리그를 대표하는 양팀 선수들 간의 현란한 경기력과 함께 토종 감독과 외국인 감독 간의 지략 싸움은 K1 리그 흥행을 더욱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