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창조적 소수자'와 '그루터기'가 세상을 바꾼다
어느 목사님이 무허가 판자촌에서 교회를 개척했을 때 겪었던 일입니다.
1976년 3월, 주일이 지난 월요일 오후 3시쯤 예배당에 불이 나서 예배당과 성물, 일기장, 등 많은 책들이 소실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뒷집에 사는 고교 1학년 학생이 라면을 끓여 먹은 후 연탄구멍을 막지 않아 연탄불 과열로 발생한 화재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때 불에 타지 않은 책 두 권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남에게 빌려준 책들이었습니다.
고 손양원 목사님의 원수 사랑을 그린 <사랑의 원자탄>과 살아있는 순교자인 안이숙씨가 쓴 <죽으면 죽으리라>라는 책이었습니다.
그때 그 목사님은 주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남에게 주는 것만 남는다.”
경찰관이 찾아와서 목사님에게 물었습니다.
"그 학생을 구치소에 보내야겠지요?”
"아닙니다. 저에게 맡기십시오.”
저는 그 학생을 전도할 수 있었고, 그 학생은 지금 복음을 증거하는 귀한 사역자로 한국 교회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성경 이사야 6장:13편에 이런구절이 나옵니다.
"그 중에 십분의 일이 아직 남아 있을지라도 이것도 황폐하게 될 것이나 밤나무와 상수리나무가 베임을 당하여도 그 그루터기는 남아 있는 것 같이 거룩한 씨가 이 땅의 그루터기니라 하시더라"
큰 나무를 베어내도 그루터기는 남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루터기에서 싹이 돋아납니다. 그리고 다시 나무가 되어 크게 자라나게 됩니다.
그렇듯 남은 사람만 있으면 그 단체는 영원히 죽지 않습니다. 그루터기 사람만 있으면 그 사람이 있는 곳은 영원히 살아 움직이게 됩니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역사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비전을 갖고 미래를 향해 오늘 닥쳐오는 시련을 이겨나가는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새롭게 창조되어 나간다”고 했습니다.
내일을 만들어가는 ‘창조적 소수자’가 성경에서는 ‘그루터기’와 ‘남은 자’ 입니다.
다른 점이라면 ‘창조적 소수’는 자신이 똑똑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역이 되는 사람이지만 ‘그루터기’는 자신이 똑똑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총을 받은 거룩한 씨라는 점입니다.
세상에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고 원망하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내가 믿을 만한 사람이 되면 됩니다. 이것이 ‘거룩한 씨앗’이 되는 길입니다.
김경중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