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축구 경기는 ‘공간 확보’ 쟁탈전

2023-06-29     이상기 칼럼니스트
사진=웨이보

조직에서나 축구 경기에서 자기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가치(위상)를 확보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기 공간 확보다. 먼저 공간 확보가 보장되어야 자기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공간(space)은 어떤 축면에서는 여지(餘地·room)와 일맥상통한 의미를 지닌다. 활동할 여지가 없다는 것은 설 위치가 없다는 의미이다.

여지(餘地)'는 약간 남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인간관계에서는 같은 말을 해도 너그럽게 잘 받아들이는 사람은 마음의 여지가 있는 사람이라고 평한다. 여지란, 내 안의 빈자리로 상대가 편히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여지가 있는 사람은 평온하고, 함께 있으면 왠지 내 마음도 편해진다.

인간관계는 타인이 내 마음에 편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자신의 여지를 늘리는데 힘써야 한다. 다툼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도 상대에게 여지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참을성이 발휘되고 기다리는 것이 좋은 이유는 후회가 남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지와 공간측면에서 축구 와 인간관계는 완전 상반된 개념이다. 그래서 축구 경기에서는 완전 상반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내가 상대를 대함에 있어 상대를 피해 빈 공간으로 부단하게 움직여서 나만의 빈 공간을 만들어야 하거나 상대에게 빈 공간을 주지 않으려는 쟁탈전이다.

축구 경기는 주도적이면서도 선제적으로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다. 축구는 혼자만의 생각대로 되지 못한다.

언제나 연결을 먼저 염두에 두고 지상과 공중이라는 두 개의 그라운드를 디자인 하는 것이다. 그래서 훌륭한 축구선수는 공간 설계사라고 볼 수 있다.

단지 그라운드에서 같이 뛰는 동료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서 의식적으로 부단히 소통해야 한다. 때로는 소리도 치고 동작으로 서로 교신하여야 한다.

결국 판세, 상대방의 배치, 상대의 동작과 의도를 간파해서 혀를 찔러야 한다. 부단히 공간 확보를 위해 우리 편과 상대를 보면서 나의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 혼자 손쉽게 마음대로 움직여서 되는 것이 아니고 공존과 공동체적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

축구 경기는 공격과 수비간의 끊임없는 머리싸움이다. 중요한 건 공간 확보와 기회 창출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여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손흥민 선수가 넣은 골도 공간 창출에서 비롯됐다.

자기 역할 확장을 위해 전후좌우를 부지런히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다. 순간적인 속도와 공간 확보의 결합을 통해 상대의 약점을 파헤칠 수 있다. 바로, 상대 수비수들의 '사이 공간'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축구 하면 프로 선수들의 현란한 개인기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축구는 전형적인 팀워크 운동으로 사실 이러한 현란한 개인기와는 승리와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45분 경기를 풀타임 소화하려면 사실 엄청난 체력 부담이 된다.

프로축구 세계에서 서로 자웅을 겨룰 수 없을 만큼 개인기와 체력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다만 그 경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주도자가 바로 일등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게임 메이커와 게임 체인저들은 경기장 전체의 빈 공간을 바라보는 플레이어들이다.

축구의 흐름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그라운드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틈새를 공략하는 매서운 눈, 볼 다루는 감각과 킬 패스 감각이 있어야 한다.

전반적인 판세를 보는 눈, 경기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직관력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감각을 갖고 각자의 위치에서 잠재적 상호 교류와 인식을 기초로 팀워크를 구성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텔레파시를 통해 상호 공감대를 형성해서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승리의 요체이다. 어떻게 보면 효과적이면서도 신속한 점·섬·면(点·線·面)의 구성을 누가 먼저 효율적으로 이뤄내느냐의 대결이다.

결국 승리는 그라운드에서 11명의 선수 전원이 능동적으로 주도적으로 움직이려는 노력한 결과이다.

공격수는 머무르는 곳 어디서든 주인공의 마음으로 빈 공간을 부지런히 찾아내어 상대의 허점과 빈틈을 벌려서 나의 활동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다. 수비수는 그 반대로 상대에게 빈틈과 공간을 안주기 위한 일련의 과정인 셈이다.

역시 ‘수주작처(隨主作處)’라는 좌우명이 축구 경기에서도 정답이다. 경기장에서 자기가 주인공이 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먼저 확고히 자기 자리를 잡아야 한다.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상대방 보다 한발 먼저 선제적인 공간 찾기와 침투 공간 확보가 필수적인 요소이다.

결국 유능한 공격수는 공간(여지)를 잘 만들어야 하며 틈새만 있으면 비집고 들어가는 승부사 기질이 있어야 한다.

그야말로 승부사 기질이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는 뜻의 ‘도성견강(賭性堅强)’의 자질을 구비해야 한다.

마찬가지 경우로 우수한 수비수는 상대에게 빈 공간을 주지 않는 것이다. 몸싸움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 근성과 탄력성, 근력을 갖추어야 한다.

결국 우수한 축구 선수는 ‘수주작처((隨主作處)’와 ‘도성견강(賭性堅强)’의 자질을 구비해야 한다. 여지(餘地 Space)를 만들기 위하여 또는 여지를 상대에게 주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상대보다 순간적으로 민첩성을 갖고 빨리 뛰고 강인한 체력에 바탕을 둔 인내력으로 많이 뛰어야 한다. 그게 ‘축구의 귀재’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