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멜패스 총재, “인플레이션 잡다가 스테그플레이션 올 수 있어” 경고

파월 연준 의장 “인플레이션을 위한 제약적 정책 기조 필요” 강조 금리 인상, 유일한 해법이 아냐

2022-08-30     최규현 기자
세계은행 데이비드 멜파스 총재(World Bank David Malpass President) / 사진=뉴스비전 DB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전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가운데, 경제 둔하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는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대한 경고가 나왔다.

지난 8월 26일 미국 와이오밍주(州) 잭슨홀에서 열린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연례 심포지엄에서 연준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제약적인 정책 기조 유지가 필요하며, 높은 금리와 성장 둔화, 약해진 노동시장 여건이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사이 가계와 기업에도 일정 부분 고통을 가져올 것이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의장의 메시지에 발맞춰 연준은 2023년 초까지 기준금리를 4%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동조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클리블랜드 연준 로레타 메스터(Loretta J. Mester) 총재는 “내년 초 미국 기준금리가 4%를 조금 넘는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면서 “또한 이를 상당 기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연준 메리 달리(Mary C. Daly) 총재는 “미국의 기준금리를 올해는 3%보다 약간 높게, 내년에는 이보다 조금 더 인상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리인상 후 유지 전략이 역사적으로 성공했다.”고 말했다.

세인트루이스 연준 제임스 불러드(James B. Bullard) 총재는 “기준금리를 올해 안에 4%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미국 연준의 목소리에 반대의 목소리도 나왔다.

인플레이션은 시장의 유동성 확대로 늘어난 수요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지만 공급망에서 불러온 충격도 있다는 시각으로,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의 해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세계은행(The World Bank Group) 데이비드 멜패스(David Malpass) 총재는 적극적인 금리 인상이 최근 인플레이션의 한 원인인 공급 압력을 해소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적극적인 긴축에 나서고 있지만 중앙은행이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제한적인 역할에 그쳐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경제적 고통이 수반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맬패스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공급망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며 글로벌 긴축 상황으로 개발도상국이 특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개발도상국은 미상환 부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으로 상환 비용이 증가하지만 부채를 새로 얻는 것을 더욱 더 어려워진다.”며 “선진국들이 세계 자본과 에너지 자원을 활용하면서 새로운 투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기타 고파니트(Gita Gopinath) 수석부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를 감안할 때 유럽에서는 성장 둔화와 높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이 조성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적어도 향후 5년간 통화정책 수립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 20년 전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며 “공급 충격은 우리가 겪었던 것 보다 더 불안정하다. 이는 통화정책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아구스틴 카르스텐스(Agustín Carstens) 사무총장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온 공급 순풍이 역풍으로 바뀔 것으로 보이면서 세계 경제가 역사적인 변화의 정점에 서 있는 것 같다.”며 “그렇다면 최근의 인플레이션 압력의 회복은 더 지속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