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철부지'와 축구 경기 타이밍

2023-05-12     이상기 칼럼니스트
사진=뉴시스 제공.

인생에서 성공과 실패는 타이밍을 잘 잡는 것에 달려 있다. 세월의 흐름과 주변의 변화를 잘 알아차리고 잘 대처해야 한다.

농사일을 하는 경우는 자연의 철(절기)에 따라 움직여야만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다. 결국 사시사철의 변화와 이에 따른 대처능력이 관건이다.

그래서 철이 없는 사람을  '철부지'라고 부른다.  철부지는 원래 '철不知'라고 쓴다.  이른바 '철을 알지 못한다.'는 뜻 이다. 그래서 사리분별과 이에 대한 대처능력을 가진 사람을 일컬어 ‘철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철이란  무슨 의미일까.

인생에서 타이밍을 포착하는 능력이다.

또한 사시사철(환경과 여건)의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을  ‘철부지’라고 부른다.

다시 말하면 '때(시점·타이밍)'를  모른다는 말이다. 개념이 없고 세상의 변화에 둔감하다는 의미다.

운동경기에서도 타이밍은 매우 중요하다. 축구경기에서도 타이밍이 골 결정력을 가른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도 경기 흐름을 파악하면서 작전을 쉴 새 없이 지휘하는 감독도 마찬가지이다.

상대방의 전략과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해서 시의적절 하게 선수를 기용해야 한다. 아울러 전반적인 경기 흐름을 읽고 적절한 타이밍에 선수를 교체해야 한다.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패스, 드리블, 슈팅 타이밍을 잘 잡아야 경기를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승리를 이끌 수 있다.

선수등용과 교체, 공격과 수비 간 비중(우위)성 조절, 시의적절한 킥 능력과 헤딩슛, 패스 와 드리블 타이밍이 결국 승리를 판가름한다.

특히 페널티킥 존에서의 타이밍과 구질이 승리를 결정한다. 그 0.1초도 안 되는 축구공과의 만남(접촉)이 슛의 운명을 결정 짖는다.

매 순간 짜릿짜릿하게 ‘따이밍’의 중요성을 깨우쳐준다. 통상 상대보다 반 박자 빠른 타이밍 이어야만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준비 동작이 좀 빠르거나 늦으면 정확도와 속도성이 떨어진다. 골키퍼 역시 상황에 맞는 민첩한 대처능력이 선방능력을 결정 짖는다.

결국 감독이나 선수나 공히 타이밍(Timing)을 잘 잡을 수 있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그의 자질을 나타낸다.

중국 제태공세가에 타이밍 관련 ‘시난득이이실(時難得而易失)’ 문구가 있다. “시기(타이밍)란 얻기는 어려워도 잃기는 쉽다”는 뜻이다.

진정한 타이밍을 잡는 것은 자기 본인의 능력과 결정에 달려 있다. 그러기위해서는 스스로 마음을 비우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이 같은 자세 견지는 안개가 걷히면서 진풍경(진면목·眞面目)을 보게 만든다. 

냉정함과 경계심(주의력)을 늦추지 않고 온전히 처한 포지션에서 매 중요 순간에 몰입할 때만 타이밍이 도래한다. 그리고 다가온 타이밍을 잘 살려낼 수도 있다.

축구에서 슈팅 시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좋은 사례가 있다. 97년 프레월드컵에서 브라질의 호베르투 카를로스가 보여준 UFO 슈팅이었다.

그야말로 골문 앞 30미터 지점에서 날린 프리킥으로 일약 세계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165cm의 작은 선수가 수비벽을 휘어들어 가는 바나나킥으로 시속 151Km의 역대 최고 속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일반 선수들의 중거리 슛이 평균 110km 안팎인 것에 비하면 카를로스의 슛은 그야말로 총알이었다.

카를로스는 둘레가 63Cm나 되는 파워 넘치는 다리와 100미터를 11초대에 주파하는 스피드를 앞세워 캐넌 슛을 날릴 수가 있었다.

결국 공의 속도를 결정하는 요소는 다리의 힘과 부딪히는 스피드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볼을 터치(임팩트)하는 타이밍이다.

타이밍은 결국 우연(偶然)이 아니라 선택(選擇)이다. 드리블, 패스, 마크, 태클, 슈팅 타이밍을 놓치면 승기를 잃는 것이다. 골프에서 슬라이스나 훅이 나는 것처럼 축구에서는 인터셉트를 당하고 반칙을 하게 되고 슈팅 정확성에서 오류가 나게 마련이다.

인생이나 축구 경기에서도 결국 타이밍 싸움이다. 하수는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이고 고수는 타이밍을 자기가 만든다. 결국 타이밍을 주도하면 결정력이 배가 되어 승리할 수 있다.

타이밍은 항상 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사전 대응과 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타이밍은 미꾸라지처럼 미끄럽다. 잡기도 힘들지만 일단 잡으면 반드시 꽉 쥐어야 한다.

이상기 칼럼 sgrhee21@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