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 위기, 금이 '안식처'로 되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금값 폭등
금값 상승세가 거세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1일 보도했다.
국제시장에서 온스당 금값이 20일 2000달러를 돌파해 2020년 8월 기록한 2089.2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해 시작된 우크라이나 위기와 인플레이션, 현재 미국의 은행 부도 등으로 금 시세는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자금이 갈수록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으로 빠져나가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시장에서 금 선물가격은 20일 지난 주말보다 40달러 이상(약 2%) 오른 온스당 2010.5달러대까지 오르며 2022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값은 올 들어 3월 들어 빠르게 상승해 8일 저점 대비 10%가량 올랐다.
세계 최대 규모의 현물 금을 증권화하는 금거래형 개방형 인덱스펀드(ETF) '골드 ETF-SPDR'은 17일 921t, 1주일간 약 20t이 유입돼 2022년 5월 이후 최대 유입량을 기록했다.
금은 주식·기업채·국채와 달리 발행인의 부도 등 신용위험과 무관해 '안전자산'으로 불려왔다. 생산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금의 희소성도 매우 높다.
금은 지정학적 긴장, 금융 불안, 경기 둔화 등으로 시장 심리가 악화될 때 쉽게 인기를 끌 수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터진 뒤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으로 금값이 올랐다.러-우크라 갈등의 장기화는 공급 사슬을 끊고 세계적인 고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
물가상승으로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희귀 속성을 지닌 금은 매입 대상이 됐고, 금값은 3월 2078.8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연준의 빠르고 큰 폭의 통화긴축 조치로 2022년 11월 금값은 1618.3달러까지 떨어졌다.
신문은 미국의 실리콘밸리 은행과 서명 은행의 파산으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악화되면서 금 시세가 역전됐다고 전했다.
미국 실질금리와 역상관하는 변동성과 경기전망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나타내는 '리스크 프리미엄'을 고려한 금값 분석법이 있다.
일본 시장리스크컨설팅 공동 창업자인 새마을 나오히로는 과거 실질금리로 산출한 금 기준치(이론치)가 현재 880달러 정도라고 밝혔다.
금값 중 이 이론치를 웃도는 부분은 시장 불안을 반영한 위험 프리미엄으로 여겨져 금값을 끌어올렸다.프리미엄은 최근 1100달러 안팎으로 금값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재의 금융불안 이후 기업 신용위험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각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은행의 대출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 경영난을 겪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메이 고이치로 일본 시장전략리서치 대표는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로 경기가 나빠져 기업 신용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요시마 이쓰오 시장분석가는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는 국채나 기업채보다는 금을 선호하고 중장기적으로 상승장이 예상돼 금을 사들였다"고 말했다.
2020년 8월 기록한 2089.2달러라는 금값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세계적인 금융 불안과 기업 신용 리스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들은 과거처럼 통화 긴축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어려워졌다.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경기둔화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의 그림자도 금값 폭등의 이면에 번뜩이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