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e] 진영의 들꽃 마실: 조릿대

2023-03-03     정진영 여행작가

지금은 사라졌으나 70년대 까지만 해도 '복조리'를 사서 문설주나 안방입구에 걸며 복이 가득하기를 빌고 가까운 이웃에게도 선물하는 친근한 풍습이 있었다.

쌀의 이물질을 일어내는 기구를 조리라 하고 "복 들어오는 조리"라는 뜻으로 복조리라 부른다.

섣달 그믐날 자정부터 정월 초하루날 아침 사이에 마을 청년들이 복많이 받으라고 소리치며 복조리를 집마당에 던져 놓고 나중에 수금했다.

강매라 나무라지 않고 웃으며 지불하곤 했다

그 조리를 만드는 재료가 '조릿대'다. 산에서 많이 자란다 하여 산죽이라고도 부른다. 1미터 남짓의 작은키에, 잎은 길쭉한 타원꼴에 가깝고 끝이 뾰족하다.

벼과 식물로 꽃은 아주 드물게 피며 잔가지 끝에 벼이삭과 흡사한 생김새로 뭉치며 꽃잎은 없다.

꽃말은 흔들리면서도 꺽이지 않음을 묘사하는 '외유내강'이다. 학명은 Sasa borealis (Hack.) Makino다.

속명 Sasa는 조릿대에 대한 일본명 '사사'에서 유래, 종명 borealis 는 원산지인 한.일 북방을 지칭하는것으로 보인다.

덕유산 설천봉에서 1614m 정상 향적봉에 올라 한 해 무탈 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지내고, 중봉, 동엽령, 안성탐방지원세터에 이르는 세상을 덮은눈꽃 설산을 터벅거리며  릿대를 만났다.

넓어졌다 좁아졌다 하며 주변 경치를 바꾸어 가는 긴 오솔길에서, 큰 참나무와 소나무 아래에 낮게 그리고 산등성마다 자리하며, 하얀 눈 속에서도 푸르름을 자랑하는 조리대숲은 다른 산에서 보기 힘든 진풍경을 연출했다.

정진영 여행작가 jinyoung@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