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CC 전주공장 유치 비화... "고향사랑의 발로"

2023-01-27     이형권 칼럼니스트
사진=뉴시스 제공.

KCC 전주 공장 유치는 우연히 이루어진 산물이 아닙니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공장 설립의 타당성과 경제성에 대한 숨은 설득 노력의 결실이 작용된 작품이었습니다.

전주 신흥고등학교와 동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하시고 KCC 부사장과 동부건설 대표이사를 역임하신 이중길 대표님의 공장 유치 비화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중길 대표는 1977년 지금의 KCC 전신인 고려화학에 입사하여 금강고려화학 상무이사. KCC 이지스 농구단 단장. KCC전무이사와 본부장 부사장을 거치며 동부건설 대표이사를 역임하였습니다. 

이중길 대표는 술과담배를 전혀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전문 경영자로서 리더십과 친화력이 아주 뛰어나기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지 않고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겸손과 겸양을 갖추신 온화한 성품의 리더십은 상대를 신뢰하게 하는 아주 큰 덕목을 겸비하셨습니다. 

아무리 높은 지위의 회장님일지라도 절대 아부하거나 굽신거리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소신과 의견을 정확히 밝히는 사나이다운 기백과 기품이 있습니다. 

그러한 소신있는 행동은 결국 일을 내고 말았습니다. 

이중길대표가 젊은시절 KCC 전주지점장으로 근무시 본사회의에 참석하였습니다. 

전주지점은 영업지점만 있을 뿐. 지금의 완주산단의 KCC 1.2.3 공장이 전혀 계획도 없었고 들어서기 전의 일화입니다. 

당시에 KCC 사장은 충남이 고향으로 천안에 페인트 공장 부지를 이미 확보해놓고 전국의 간부들과 "정상영"회장님이 참석한 가운데 본사회의가 열렸습니다. 

참고로 정상영회장은 현대그룹의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님의 네째 막내동생입니다. 

정상영회장은 금강스레트공업을 설립하고 고려화학과 금강고려화학 금강종합건설을 설립하였습니다. 

금강고려화학은 2005년도에 지금의 주)KCC로 회사명을 변경하였습니다. 정상영회장은 2021년도에 숙환으로 별세하셨습니다. 

정상영회장과 모든 간부들이 참석한 회의석상에서 충남이 고향인 KCC 경영사장은 금번 천안에 입점 할 페인트 공장 입지에 대해서 브리핑을 하고 있을 때 였습니다. 

그때 정상영회장은 사장의 브리핑을 중간에서 가로막고 "그 곳 부지에 지하수는 충분히 나오는가 조사 해 보았어요"?

사장의 답변은 "회장님 아직 조사는 해 보지 않았지만 지하수는 충분히 있는 것으로 판단 되어집니다" 라고 답변을 하였습니다. 

"○ 사장ᆢ!
"사업을 판단으로 합니까?"
"그 정도는 용수물량이 어떤지를 사전에 확인을 하고 토지를 매입했어야지" 

"단순히 용수량이 충분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부지부터 덜컥 매입을 합니까"?ᆢ 

"페인트 공장은 좋은 물과 풍부한 용수 물량이 생명인 것을 몰라요"? 

"공장을 모두 지어놓고 지하수가 나오다가 떨어지면 그 다음에 어떻게 할거에요"?

"그때는 수돗물로 할까요"?

정상영회장은 사장의 잘못된 일처리에 한바탕 호통을 치셨고 회의장에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벌하였습니다. 

사장은 아무말도 못하고 쩔쩔매고 있었고 회의에 참석한 전국의 간부들은 정상영회장의 그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회장은 좌중을 한번 쭉 둘러보더니 이 문제에 대해서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적막을 깨고 누군가 일어서더니. 

"회장님 풍부한 페인트 용수물이라면 걱정없는 지역이 있습니다"!
그 소리에 모든 눈이 한쪽으로 쏠렸습니다. 

"지금 한창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는데 완주 봉동지역이라면 물 걱정은 전혀 걱정없습니다" 

"당차고 확신있는 말투"에 정상영회장은 한번 쑥 바라보더니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알아요"?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네 전주는 제 고향으로 대한민국의 물이 다 말라버린다 하여도 그곳은 절대 마르지 않습니다" 라고 단호하고 확신있게 대답을 하였습니다. 

이어서 "조선맥주(지금의 봉동하이트공장) 도 용수량이 풍부하고 물맛이 좋기로 소문난 완주 봉동에 공장을 세우고 8년째 가동중에 있습니다" 

모두가 겁먹고 있는 상황에서 당당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소신을 밝힌 사람은 바로 이중길 당시 젊은 지점장이었습니다. 

"그래요"! 이윽고 정상영 회장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럼 천안에 매입한 부지에 대해서 용수량 조사 해보고 완주 조성되는 산단에 내일 당장 부지와 지하 용수량도 알아보세요"하며 회의 끝을 선언 하였습니다. 

다음 날부터 실사팀은 천안과 완주산단 부지를 부지런히 오가며 실사에 돌입하였습니다. 

페인트는 맥주와 마찬가지로 "부드럽고 강하지 않은 순한 물"과 많은 용수량을 필요로 하는 사업임에 틀림없습니다. 

드디어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천안보다는 완주 산단의 물이 휠씬 좋을 뿐 아니라 "마르지 않는 샘물"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날 KCC 전주 1.2.3 공장이 완주 산단에 자리잡게 된 동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는 젊고 똑똑한 이중길지점장의 회사와 내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KCC 전주공장 1.2.3공장이 완공되고 우리의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1200개나 새롭게 창출되는 큰 성과를 내었던 것입니다. 

그후 정상영회장의 총애를 받으며 전주공장을 총 책임지는 임원으로 승진하는 계기가 되었고 회사를 위하는 일이라면 아부하거나 눈치보지 않고 소신과 뚝심으로 밀어부쳐 고속 성장을 할 수 있는 KCC 그룹의 없어서는 안될 큰 인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형권 칼럼니스트 leehyung@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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