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언론의 '알릴 권리' VS '국익 보호 의무 ’
서울 강남의 한 중국 음식점이 중국의 비밀경찰서 거점이 됐다는 한국 매체 보도가 핫이슈로 부상했다. 이에 주한 중국대사관은 즉각적으로 반박했다.
그야말로 항변(抗辯)과 강변(强辯)의 대립이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이미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급기야 26일에는 중국이 서울에 비밀 해외경찰서를 설치했다는 의혹을 거듭 부인하며 "무책임한 보도를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 내 일부 언론이 사실의 진실을 외면하고 근거 없이 구실을 잡아 고의적으로 중국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중한관계의 여론 분위기를 악화시킨다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 언론의 중심에 있는 보수 매체는 마치 ‘이실직고(以實直告)’하라고 항변하는 듯 거세게 몰아 부치는 것 같은 기세로 더욱 연일 폭로성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른바 '해외경찰서'에 대해 대대적으로 다룬 데 이어 전 주한 중국 대사 실명까지 거론하며 중국이 '미인계' 등을 통해 한국에 침투하고 한국 내정에 간섭한다는 논조이다. 그러자 주한 중국 대사관은 "이는 완전히 터무니없이 조작된, 의도적인 비방으로 예의에 어긋나며 '욕가지죄, 하환무사'(欲加之罪, 何患無辭·죄를 덧씌우려는데 어찌 구실이 없겠는가)의 경우"라고 강변했다.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한국 외교부는 아주 신중하게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바람직한 한중 관계를 위해 서로가 로우키(low-key)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 매체 입장에서는 중국이 마치 ‘수석침류(漱石枕流)’하고 있다는 입장인 것 같다.
중국 진서(晉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진나라 때 손초(孫楚)라는 사람이 당시 유행하던 청담사상(淸談思想·염세적 세계관)에 심취해 속세를 등지고 은거하려 했다.
이 같은 결심을 친구에게 전하며 “흐르는 물을 베개 삼고 돌로 양치질을 하겠다(漱石枕流·수석침류)”고 말했다.
사실은 돌을 베개 삼고 흐르는 물로 양치질을 하겠다(枕石漱流·침석수류)는 걸 잘못 말한 것이다.
친구가 핀잔을 주자 문학에 재능이 있는 손초는 그럴듯하게 강변했다. “흐르는 물을 배개로 삼겠다는 것은 쓸데없는 말을 들었을 때 귀를 씻기 위해서이고 , 돌로 양치질 한다는 것은 이를 닦기 위해서라네.”라고 둘러 부쳤다.
잘못된 논리나 실수를 인정하고 않고 억지를 부리는 꼴을 의미하는 ‘수석침류’ 고사의 유래다.
실제 팩트(實狀)가 어디에 있든 복잡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비밀거점으로 지목되는 중국음식점 입장에서 변명 성격의 ‘수석침류(漱石枕流)’자세를 견지해야 할지, 한국 매체와 의 일전을 불사하는 반박성 이실직고(以實直告) 대응자세로 역공을 펼칠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있다. 그야말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의 상황이 ‘꼴불견’으로 변해버리는 ‘점입가관(漸入可觀)’이 될 공산이 크다.
동 사실을 폭로한 매체 입장에서는 “안 되면 말고” 라는 식의 국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마도 계속 항변해야 할지 난처한 상황에 놓여있다. 오히려 정확한 실상이 알려지면 한쪽은 분명 엄청난 상처를 입게 된다. 더욱 문제가 에스컬레이터 되면 한중 관계에 멍(傷痕)이 든다는 것이다. 서로에게 도움이 안 될 수 있는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철저한 조사는 하되 정확한 진상을 놓고 물밑에서 관련 부서 간 외교 채널을 통해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
외교는 철저한 상호주의다. 폭로 할수록 독자들은 시원할 수 있겠지만 후유증은 남게 된다. 언론은 ‘알릴 권리’도 있지만 대외관계에 있어서는 국익을 ‘보호할 의무’도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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