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형 반도체 부족사태 ‘반도체 공급망 대란 우려’
초미세 공정 반도체가 반도체 공급망 병목 현상 제기할 수 있어
지난 8월 30일 대만에서 열린 TSMC 연례 기술포럼에서 TSMC 웨이저자 CEO는 “50센트(원화 약 677원)~10달러(원화 약 1만 3,531원) 가격대의 저갛여 반도체가 6,000억 달러(원화 약 811조 8,600억 원) 규모의 세계 반도체 산업을 둔화시킨다.”고 발언했다.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는 3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28㎚ 공정 이상의 저가형 반도체가 경쟁이 초미세 공정 중심의 반도체 공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파운드리 주요 사업자들이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하면서 저가형 반도체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공급망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초미세 공정에 쓰이는 극자외선(EUV) 장비를 제조하는 네덜란드 ASML이 반도체 장비에 포함하는 10달러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EUV는 차세대 노광 기술로 반도체 웨이퍼 위에 회로 모양을 새기는 공정에 쓰인다.
회로를 얼마나 미세하게 그리느냐에 따라 반도체 성능이 달라지는데 초미세 공정일수록 EUV 장비 사용이 필수다.
EUV 장비를 생산하는 유일한 곳이 네덜란드의 ASML인데 파운드리 사업자 간 장비 확보 경쟁이 치열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도 지난 6월 유럽 출장길에 네덜란드 ASML을 들려 EUV 장비 확보에 힘을 보탤 정도였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TSMC의 3㎚ 반도체 생산 공정이 되려 반도체 공급 대란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저가형 반도체로는 차량에 주로 쓰이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과 가전, IT 기기 등 각종 제품에 포함되는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이다.
28㎚ 이상 성숙 공정에서 생산되는 데다 제품별 생산 조건이 다르다 보니 수익성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자연히 파운드리 사업자로선 레거시 공정보단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첨단 공정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저가형 반도체 수요는 여전히 성장세다.
IT 산업 컨설팅 업체인 IBS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28㎚ 이상 성숙 공정이 차지하는 비율은 3분의 2 정도다.
IBS는 28㎚ 공정 반도체 수요가 2030년까지 281억 달러(원화 약 29조 4,975억 원) 규모로 3배 이상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저가형 반도체를 생산하는 8인치, 12인치 파운드리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성숙 공정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시장 대내외 영향으로 사이클 변동 차이가 있을 뿐 장기적인 수요는 견고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차량용 MCU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었던 것처럼 또 다른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산업연구원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밥솥에도 온도 제어를 위해 반도체를 사용하는 만큼 저가형 반도체 수요는 계속될 수밖에 없고 때에 따라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