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태극 전사, ‘경우의 수’에서 ‘8강의 기적’을 기대하며!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 축구공은 둥글어서 이변도 가끔 연출된다. 특히 금번 카타르 월드컵의 최대 화두는 '이변'으로 ‘의외의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브라질이 카메룬에, 포르투갈은 한국에, 프랑스는 튀니지에, 아르헨티나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일격을 당했다.
카메룬전 패배로 '예방주사' 맞은 브라질과 남미와 유럽의 강호 우루과이와 포르투갈을 제물로 삼아 강력한 ‘백신(면역)주사’를 접종받은 한국 태극 전사간의 총력전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고 있는 FIFA 랭킹 1위 삼바축구 대명사, 브라질과의 일전은 우리 대표팀에게는 8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최대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제 '11%' 16강 확률을 뚫은 태극전사는 브라질전 '23%'에 도전한다.
금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그간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포기’라는 단어는 없었다. 포르투갈에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모두가 기다렸던 대한민국 김영권의 첫 골에 이어 손흥민과 황희찬의 합작품으로 대 역전극을 이뤄냈다
이와 관련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이 가장 극적인(spectacular) 방식으로 2010년 이후 첫 월드컵 결선 토너먼트(16강)에 진출했다”고 보도했다. ‘혹시나’ 했던 전반전을 끝내고 ‘역시나’로 변한 걸작품이 연출되었다. ‘배트맨’ 손흥민 선수도 경기 도중 마스크 벗고 위험천만한 질주의 투혼을 발휘했다. 부상에서 겨우 회복된 황소 황희찬 선수의 전력질주로 극적인 역전골은 마치 드라마틱한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했다.
월드컵에서 FIFA 랭킹에서도 1위에 올라 있는 브라질과는 첫 맞대결이다. 역대 전적도 1승6패로 일방적인 열세에 놓여 있다. 확률적으로는 '의외의 변수'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브라질은 대회 개막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 경기를 보고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절실하게 구하면 통(通)하는 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콘크리트 정신’ 추구다. 시멘트와 물, 모래, 자갈 그 자체는 강도가 없다. 하지만 골재 및 혼화재료를 적절하게 배합하면 엄청나게 강도가 높여진다. 콘크리트를 배합(Mix proportion)하고 이를 비비고(Mixing) 타설(Casting)하고 나면 강도 발현(Hardening)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브라질 팀에 비해 개개인의 기량측면에서 다소 떨어지는 약점을 적극적인 협력을 통한 팀워크로 대적해야 한다. 이러한 열세는 ‘원팀’ 정신의 응집력, 일사분란한 조직력, 강력한 투지력으로 충분히 극복 될 수 있다.
한편, 그라운드 현장 분위기와 상대 전력을 잘 간파해서 상대전술에 대한 신속한 적응 및 대응력이다. 그들의 현란한 개인기 동작과 노림수를 간파해서 대처해야 한다. 상황에 신속하게 자신을 맞춰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자(莊子)가 권고했던 ‘소요유(逍遙遊)’ 생각을 가지고 경기 자체를 즐기면 된다. 그야말로 ‘밑져야 본전’이다. 우리는 잃을 것이 없는 한판 승부다. 경기장을 넓게 보아야 한다. 공격 수비 공히 경기 흐름과 상대 선수 위치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공간으로 뛰는 상대를 살피지 못하고 바로 눈앞 선수에만 보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사소한 반칙과 상대반응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아야 한다. 경기의 전반적인 흐름(숲)을 이해하되 국부적인 영역(나무)에 충실해야 한다.
‘호접몽(胡蝶之夢)’의 자세를 경기 내내 유지하면 ‘의외의 수’는 반드시 찾아온다. 나비같이 자연스럽게 훨훨 날다가 벌같이 한방 쏘면 된다. 승패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오로지 경기 그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안들 두면 된다. 절대로 조급하거나 필요이상 고무된 감정 자제하고 평정심만 시종일관 유지하면 기회는 찾아오게 마련이다.
다 같이 즐기는 자세를 응집시켜 신바람 나는 압박추구를 강력히 구사해야 한다. 거칠게 다루는 협력적인 압박전술은 기량이 월등한 상대 선수들로 하여금 다음경기를 위해 몸을 사리게 만든다. 이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유도하게 마련이다. 결국 남미 특유의 기질을 자극해 상대를 흥분시키고 자존심을 무너지게 만들면 그게 승리의 비결이다.
‘알라얀의 기적’을 쓴 벤투호는 16강전에서 계속 착용했던 한국 축구의 상징인 붉은색 유니폼을 입는다. 상승분위기를 타고 있는 붉은색 유니폼의 좋은 기운을 갖고 또 다른 8강 기적에 도전한다. 1999년 3월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였던 브라질과 친선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한 분위기를 되살려야 한다.
절실함, 자신감, 투지력으로 다져진 경기는 ‘의외의 수’를 연출시킬 것이다. 결국 한국이 4강 신화를 이루었던 ‘2002년 월드컵 정신’ 소환이 승패를 가름할 전망이다.
중국 속담에 “마음이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심지소원(心之所愿), 무소불성(无所不成)”이라는 구절은 결국 "의지 앞에 불가능이란 없다.“라는 뜻이다. 마치 미국 작가의 단편소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확신과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의 마음가짐을 갖는 자에게 반드시 희망은 찾아오게 마련이다.
포르투갈 전에서 대한민국 2대 1 역전승은 서울광장에 모인 함성의 열기 덕분이었다. 이에 밤잠을 설치면서 시청하던 모든 국민들이 전국방방곡곡에서 모처럼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모처럼 불어 닥친 한파도 못 말린 서울광장 거리응원은 붉은 악마 응원단과 함께 계속 열기를 더해 갈 전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 모두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우리 윤 대통령께서도 한국 국가대표 16강 진출을 축하하시면서 "도전은 다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붉은 태극전사 특유의 끈질긴 에너지로 유감없는 경기를 기대한다. ‘울보’ 손흥민 선수의 울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통한의 눈물이 아닌 감격적인 승리의 울음이기를...
이상기 칼럼리스트 sgrhee21@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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