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AGAZINE 10월호] 이상한 화가, 강석호 화백 인터뷰

2022-10-04     이창우 기자
사진=케이매거진 제공.

이번 가을, 강석호 화백이 에르메스와의 콜라보로 돌아왔다. 자연 그 자체를 자신만의 철학을 녹여내 표현한다. 어떠한 것보다도 있는 그대로, 화가로써 자신의 그림에 있어 고뇌하며 좋은 예술가로써 노력하는 강석호 화백. 그의 탁월한 예술세계로 K매거진이 한발자국 다가서 보았다.

Q1. K매거진 구독자 분들에게 본인 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머니가 정성스레 가을볕에 말리신 고춧가루로 단풍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어머니의 치약과 칫솔로 알레스카의 상쾌하고 웅장한 빙하를 그리는 “이상한 화가! 강석호”입니다. 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회화와 미술사를 전공하였고 그림의 도구와 소재 그리고 채색방법을 우리 삶의 일상 추억에서 찾는 자연주의적 휴머니스트 화가입니다. 또한 이러한 회화작업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일상행복을 글로 적어가는 문학가입니다.

Q2. 올해 10월에 전시를 진행하신다고 들었다. 전시를 준비하느라 바쁘셨을 텐데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근황을 묻고 싶다.

올 봄에 저는 급성 심장대동맥 파열이라는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해 119후송으로 응급심장수술에 이어 중환자입원실에서 죽음체험을 하였습니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을 만큼의 대수술과 재활의 시간이 고통스럽고 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죽음을 직면했을 때 나를 견디어 내게 해준 힘은 종교심이나 인간관계의 애착 아니라 바로 지나간 행복한 작고 큰 의미 있는 추억들이었습니다. 즉 의지와 목표보다는 삶의 추억이 죽음을 이기는 힘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지금도 완전하지는 않지만 건강회복과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중이며 이러한 사고 이후 삶의 태도와 목표는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가깝고 작은 행복을 자신의 자리에서 매일 더 많이 만드는 것입니다. 저에게 이번 전시가 그런 추억 만들기입니다.

Q3. 곧 있을 전시의 주제가 “에르메스의 가을!”이더라, 어떤 내용의 전시인지 소개 부탁드린다.

저는 철학자이며 교육학자인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명언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입학 당시부터 자연풍경을 유화로(oil painting) 많이 그렸습니다. 
저는 인간에게 치유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반성을 주는 어머니적인 존재로 자연의 소중함을 알리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 가본 첫 미술전시회에서 인상주의 모네의 물에 비친 수연을 보았을 때 자연을 바라보는 화가의 마음이 닿아서 많은 행복과 희망이 일어났습니다. 자연은 신이 주신 최고의 명품입니다. 그러기에 자연을 담은 저의 작품과 명품의 대명사인 에르메스(Hermes)와 콜라보함으로써 그 자연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절친인 마술사 함현진의 콜라보 공연이 또한 전시장에서 어울어져 기대가 큽니다. 
* 전시 장소 ㆍ양평 북한강갤러리    *일정 ㆍ 2022  . 10. 10-22

사진=케이매거진 제공.
사진=케이매거진 제공.

Q4. 작품의 소재나 제작방식이 독특하다. 작품 ‘알래스카’는 중식도를 이용해 만들었다고.

일부러 작품의 소재나 제작방식을 고집하거나 찾지는 않습니다. 주변 것과 인물들을 동참하게 하는 것 일 뿐입니다. 치매에 걸리신 어머니께서 늘 사용하셨던 주방에서 사용하는 칼인 중식도로 어머니와 함께 여행한 알래스카의 빙하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자신의 칫솔과 치약으로 함께 동참하여 공동제작을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어머니가 가장 상쾌하고 시원하게 느끼는 순간이 칫솔질을 하실 때라고 말씀하시면서 스스로 그렇게 그리셨습니다.
함께 그리는 그림에 대해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또한 노후생활에 미술은 커다란 치유와 자기만족을 통한 인간성 회복을 가져다줍니다.

Q5. 유독 ‘모자일체’적 작품이 많은데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어머니와 저와 단둘이 삽니다. 휠체어를 타시고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는 비록 그러한 상황에서도 저의 미술작업에 동참하려고 하고 참견하려고 하십니다. 그 순간 우리는 행복합니다.
제가 처음부터 어머니와의 작업을 시도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먼저 다가와서 고춧가루와 치약과 칫솔을 내 미시면서 시작된 모자일체 작업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어머니의 이름으로 추모전시회를 열 것입니다.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한 그림 작품을 차 한 잔 하며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시간은 정말 행복합니다. 이러한 협업은 비단 저의 모자만 가능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Q6.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신 것 같다. 어머니와 함께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 

요즘 준비 중인 작품이 “어머니의 매니큐어”입니다. 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 어머니의 옷장 구석에 오래된 매니큐어들이 있었는데 그것을 버리려고 하자 그것으로 어머니가 그림을 그리자 제안하셨습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안방에 자개장의 아름다움을 연출할 수 있는 물감이 될 것 같다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아주 자유로이 매니큐어를 검은 도와지에 붓고 흩뿌리고 칠하셨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아름다운 자개장 분위기가 나면서 우주의 은하수 같은 별이 연상되는 초연실적이며 동양적 그림이 완성되었습니다. 화가 모네가 “누구나 화가 이다. 눈을 감고 그리려 한다며 그 순간 그림이 떠오른다! 하늘이 도화지고 땅의 모네가 도화지다!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이러한 어머니의 발상은 피카소적인 것입니다.

Q7. 중증장애인에 대한 후원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활동들인가.

저는 저의 작품 판매수익 일부를 중증장애인에 후원하며 한국 마술가 협회 회장인 마술가 겸 사랑과 봉사의 사단법인 사랑의 푸시핀 대표인 저의 벗인 함현진 퍼포먼스와 저의 문학과 미술이 결합된 강함제라는 후원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저의 전시회에서도 그러한 마술공연이 몇 차례 이루어질 것입니다. 미술전시는 다소 정적이기에 이러한 마술 퍼포먼스가 결합되면 참 재미있죠!

Q8. 작품들에서 사회적 문제의식이 느껴진다. 요즘 가장 큰 이슈인 기후위기, 환경오염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저의 어린 시절 70-80년대에는 자연보호라는 표어가 매우 많이 유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개발이라는 명목아래 무분별한 자연훼손과 부동산 투기 그리고 자연에너지의 남용 등으로 지금 기후변화는 엄청난 심각성에 도달하였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의 자만과 어리석음을 발견합니다. 인간이 곧 자연의 일부인데 자연보호! 자원개발! 이라는 말을 한다는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자연을 그리려면 그 화가가 자연이 되어야 합니다. 자연이 되는 방법을 자연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상하게도 자연을 그린 그림을 차마 팔 수 없었습니다. 사물을 그린 그림은 그림이 팔릴 때 마다 기뻤지만  자연을 그린 풍경화는 팔기가 싫었습니다.
즉 자연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어머니입니다. 그렇기에 돈을 넘어선 명품입니다. 어린 시절 선생님과 동무들과 도화지와 크레파스를 갖고 소품을 가서 그린 자연풍경이 하나있는데 저에겐 그것이 매우 큰 대작으로 느껴집니다. 자연풍경을 사진에 담는 것과 직접 그리는 것은 매우 다릅니다. 누구를 그리워 한다는 말처럼 그린다는 것은 관계성을 이루는 것입니다.

Q9. 한류의 영향 때문인지 세계적으로 동양화, 한국의 민속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시류 속에서 한국 예술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얼마 전 한국 미술 전시회인 키예프와 국제 미술 전시회인 프리즈가 서울에서 대 성황리에 개최되었고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이제 세계미술시장의 중심은 한국이 되었습니다. 요즈음 NFT 말이 유행하고 미술 사업에 많은 투자가 몰립니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것은 상업주의적 편향성입니다. 요즈음 한국 문화의 저변확대로 특히 민화를 많이 배웁니다. 민화가 갖는 수행적 특성과 철학적 의미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또한 동양화나 한국을 바탕으로 서양화적 기법을 활용한 미술사조도 창의적입니다. 이제는 동양화 서양화라는 지역적 경계로 그림을 나누지 않습니다. 모든 시도와 기법이 고유한 것이며 존중받아야 합니다. 세계 2차 대전이후 프랑스 파리에서는 전후 복구의 일환으로 세계 미술 박람회를 개최하여 전쟁의 상처를 성공적으로 치유하는 미술의 대중화를 시작하였습니다. 이러한 세계 미술사의 교훈을 본받아 코로나 19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힘든 이시기에 돈이 중심이 되는 작품이나 전시가 아닌 치유와 회복이라는 미술이 갖는 예술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 작품이 얼마짜리냐가 아니라 그 작품이 나에게 어떤 의미와 영향을 주는지를 바로 알아야 합니다.

Q10. 특이한 이력이 있으시다. 숙성 한우를 한국에 처음 도입하셨다고 하는데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저는 유럽 유학 당시 소고기를 숙성하는 기술을 획득한바 있습니다. 어린 시절 첫 장래희망이 정육점 아저씨였죠! 맛있는 고기를 먹는 방법이 알고 싶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이태리 요리예술학교 아피시어스에도 몸담았습니다. 한우가 고기는 좋은데 숙성하는 것이 더 위생적으로나 영양적으로 맛으로도 좋아지니 제가 갖은 기술을 발휘한 것입니다.

Q11. 한우에 대해 해주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으시다고.

임진왜란 하면 이순신 장군이 떠오르듯 한우하면 세종대왕의 백성사랑과 정책이 떠오릅니다. 우리에게 한글 즉 훈민정음을 만들어 주신 그 사랑으로 그분은 만백성이 소고기를 평등하게 먹을 수 있게 법을 개정해 주신 임금님이죠! 세종대왕이전에는 허락 없이 일반 백성과 천민들은 소를 잡아먹을 수 없었어요! 먹거리에 대한 평등권을 소고기 매니아 였던 세종대왕님이 열어주셨던 것이고 그 시작이 수원성에서부터 였습니다. 그래서 수원 왕 갈비 수원 본 갈비라고 합니다.

Q12. 붓을 처음 잡았을 때 어떤 화가가 되고 싶었는지, 바라던 모습이 되었는지. 혹시나 생각이 바뀌었다면 어떤 화가가 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제가 붓을 처음 들었을 때는 유럽에서 유학생활을 했을 때였습니다. 이태리 로마의 스페인 광장에 가면 가난한 길거리 화가들이 많습니다. 가난하지만 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로 행복해 하는 겸손한 화가들! 저는 한 화가에게 물었어요? “언젠가는 훌륭한 화가가 되어있기를 희망하며 그리나요?” 그의 답은 이러했습니다. “저는 이미 행복합니다. 그리고 저의 그림은 이미 훌륭합니다. 저를 행복하게 하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보고 행복해 하니까요! 훌륭한 화가 명성 높은 화가가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주는 모든 그림이 훌륭한 작품일 뿐입니다!”

Q13. 강화백을 보면서 화가의 꿈을 키우는 이들도 있을 텐데. 그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림 하나에는 화가만이 아는 천개의 그림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또 그리면서 그림은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관객은 결과물인 그림의 마지막 장면만을 본다지만 화가 스스로 여러 번 자기 그림에 있어 과정과 장면들에 있어 이별이라는 아픔과 아쉬움이라는 고뇌와 싸웁니다. 이러한 작가활동에 팬들은 존경을 보내는 것입니다. 그림을 잘 그려질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화가는 자기 작품에 대한 소감과 느낌을 적을 작가 노트를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럽의 유명 전시회에 가면 벽에 그 화가의 일기와 명언들이 쓰여있습니다. 이것이 작가 정신입니다. 한국 화가들과 전시회에 가면 참 안타까운 면이 작가정신을 반영한 노트나 글이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너무 독자들에게 느낌을 강요합니다. 좋은 예술가는 모호함이 아닌 공감어린 자기 철학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