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한인 성공스토리]한중 수교 30년 ‘산증인’이자 중국인들도 존경하는 자선가-사업가 김관식 회장

한중수교 30주년 기념, 차이나미디어·길림신문 공동기획 중국 거주 한중 우호 증진과 경제협력 기여자 인터뷰

2022-08-23     최진승 기자

 

<한중수교 30년 주년 특집>은 한국과 중국에 정착해 생활하면서 꿈을 이루고, 성공을 이룬 ‘재한 중국인’과 ‘재중 한국인’의 이야기를 소개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사진=길림신문 제공.

“1993년 당시 제가 가스보일러를 안고 톈진공항에 내려 다시 기차를 하루 종일 타고 선양역에 도착했을 때에는 눈앞에서 지나가는 자동차가 10분에 한 대 꼴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선양 거리가 꽉 막힐 정도지요!”

김관식(78세) 회장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하자마자 이듬해인 1993년에 중국에 진출했습니다. 그후 30년 동안 폭풍성장하는 중국을 두 눈으로 지켜보았고, 그 자신도 중국에서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끝내 중국인들한테도 존경받는 자선가, 사업가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경상북도 상주시에서 태어난 김관식 회장은 보일러 개발 관련 발명특허 여러 개를 보유하고 있는 기술자였습니다. 경상북도 김천시에서 15년간 큰 규모의 보일러공장을 운영하던 중, 1992년에 이르러 경쟁업체 급증으로 인해 공장 운영이 부진해졌고 급기야 해외 진출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1993년에 지인의 주선으로 한국과 가까우면서도 우리말이 통하는 조선족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 중국 선양에서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고 선양 동북제약그룹 의료기계공장과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그때까지만 해도 큰 소음과 환경오염이 심한 석탄 보일러가 위주였던 중국에 한국의 가스보일러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을 잘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작정 계약을 하고시작한 사업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도가 나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김회장은 짐을 싸고 귀국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그 때 중국 요녕성 무순시 망화구의 도효항(杜晓航) 구청장이 찾아와 “이 좋은 기술을 가지고도 중국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이대로 귀국하면 아쉽지 않습니까? 망화구의 부지를 저렴한 가격에 내줄 테니 공장을 세우고 재도전 해보십시오”라고 제안했습니다.

이로써 무순시에 신한보일러회사를 세우며 김회장의 재도전은 시작되었고 드디어 1994년에 운명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선양 서탑에 2000여평(중국평수)에 달하는 한국식 사우나가 오픈되면서 당시 중국에서는 신생 사물이었던 한국식 사우나에 부유한 현지 소비층이 많이 찾아왔습니다.

여기 저기에 한국식 사우나가 들어서는 가운데 신한가스보일러가 설치된 200여개의 샤워기에서 사계절내내 따뜻한 물을 뿜어내고 오염이 적고 비용도 절약된다는 소문이 선양에 쫙 퍼지자 신한보일러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습니다. 그후 동북삼성 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주문이 흰 눈처럼 날아들었습니다.

현금 거래가 적고 어음 거래가 많아지면서 적지 않은 손실을 보기도 했지만 가스보일러로 크게 돈을 번 김회장은 그후 무순시 망화구(望花区) 탑욕진(塔峪镇) 대전자마을(大甸子村)에 5만평(중국 평수)에 달하는 신한민속촌(新韩民俗村)을 설립하게 됩니다. 

사진=길림신문 제공.

그는 한화 10여억원 투자해 자연생태체험장, 한중신민속연수원, 장독박물관, 예절 교육센터, 황토방, 주말농장, 패밀리룸, 원두막, 그네·씨름·널뛰기·투호 민속놀이장 등 각종 시설을 운영했습니다. 예절 교육센터에는 수백 벌의 한복이, 황토방에는 우리 민족의 전통 악기와 그릇들이 진열되어 있으며 연수원은 500여 명을 동시에 용납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고 합니다.

그동안 무순과 선양, 철령 등 지역의 한족, 조선족 학교 학생들만 해도 5만여 명이 민속체험을 다녀갔고 민속촌 내에서 만들어지는 막걸리, 된장, 고추장 등 다양한 한민족 전통 음식들은 중국 전역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김관식 회장은 30년 동안 중국에서 500개에 달하는 영예증서와 위촉장을 받았으며 주변의 조선족학교와 한족학교에 장학금도 아낌없이 지원했습니다. 또한 “연말에 새끼를 낳으면 팔아서 생활에 보탬하라”며 연초마다 새끼돼지와 새끼염소를 사서 한족 빈곤층들에게 나눠주는 등 중국 현지사회 공익 자선 활동에 적극 나섰습니다. 중국사람들은 “이분은 사업가가 아닌 자선가라 부르는 것이 더 맞습니다.”라고 김회장을 떠받들어 존경한다고 합니다. 

78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김관식 회장은 2019년에 민속촌에 성급호텔을 유치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미루어졌지만 최근부터 다시 적극 추진하며 민속촌 규모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한중 수교 30년, 중국에서 ‘맨땅에 헤딩하며’ 쓴맛과 단맛을 다 본 김회장, 중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들의 상담 신청이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그는 이런 조언을 남겼습니다.

“중국은 30년 전이나 향후 30년 모두 ‘기회의 땅’입니다. 그러나 저와 같이 ‘무작정 중국 진출은 금물’, 중국에 진출해 성공을 거두려면 급급히 투자하느라 서두르지 말고 반드시 먼저 중국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들과 사귀는 법을 알아야 하며 중국을 60-70% 정도 이해한 후에 진출해도 절대 늦지 않습니다. 그래야 실패하지 않습니다.”

원문 출처: 길림신문
글 정리: 차이나뷰

최진승 기자 jschoi@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