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봄의 정력제 ‘부추’...‘정구지’ 혹은 ‘파옥초’로 명명
일주일이 지나면 봄밭갈이를 하는 춘분과 곡우 중간에 있는 절기인 청명(淸明)이다. 그야말로 본격적인 봄이 왔다.
바야흐로 봄의 향기가 솔솔 나기 시작하며 만물이 소생하고 초목이 싱싱하게 싹이 튼다는 초목노생(草木怒生)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하지만 따뜻한 봄 바람이 불어오면, 자주 피곤해지고 오후만 되면 졸리고 소화도 잘 안 되고, 업무나 일상에도 의욕을 잃어 쉽게 짜증이 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증상들을 춘곤증(春困症)이라고 한다.
계절의 변화에 우리 몸이 잘 적응을 못해서 생기는 신체의 생리적 불균형 상태이다. 활동량도 많아지고 추위에 익숙해있던 인체의 신진대사 기능들이 따뜻한 봄의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약 2~3주 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연강장제, 부추(구채韭菜:jiǔ‧cài)는 중국이나 한국에서 친근한 식재료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자고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노화 방지, 피로 해소는 물론 항균, 항염 에도 효능을 보인다고 전해지고 있다.
부추는 경상도에서 ‘정구지’, 전라도에서 ‘솔’이라고 불린다. 다양한 명칭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곳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는 증거다. 실제로 부추는 전국 어디에서나 다양하게 장소 가리지 않고 파종되며 겨울을 제외하고 봄부터 가을까지 연중 수확할 수 있는데, 전으로, 김치로, 겉절이로, 부침개로, 무침으로 우리의 밥상에 자주 오른다.
일단 파종하면 장소가리지 않고 마치 남녀 정기를 솟구치게 하는 것처럼 아주 잘 자란다. 집안 이 기둥 저 기둥 밑을 온통 파헤쳐 부추를 심었더니 집 기둥 모두에서 공중으로 솟구쳐 집이 무너지고 말았다는 구전이 내려오면서 '파옥초(破屋草)’라는 애칭도 전해내리 오고 있다. 장기 복용하면 오줌 줄기가 벽을 뚫는다 하여 '파벽초(破壁草)'라고도 했다.
그래서 예로부터 부추를 일컫는 말로 '부부간의 정을 오래도록 유지시켜준다'고 하여 정구지(精久持)라 했다.신장을 따뜻하게 하고 생식기능을 좋게 한다고 하여, 온신고정 (溫腎固精)이라 하며 남자의 양기를 세운다 하여 기양초(起陽草)라고 하며 과부 집 담을 넘을 정도로 힘이 생긴다 하여 '월담초'라고도 했다. 새로운 기력이 요구되는 춘곤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부추만큼 좋은 채소가 없다고 한다.
이에 "봄 부추는 인삼, 녹용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과 "부추 씻은 첫물은 아들은 안 주고 사위에게 준다"는 말도 있다. 또한 "봄 부추 한단은 피 한 방울 보다 낫다"는 말도 있다.
영어로도 봄은 용수철처럼 솟구치는 스프링(Spring)이다. 스프링은 ‘봄’이라는 명사와 함께 ‘식물의 싹이 트다’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봄은 만물이 생기를 되찾는 계절이다. 따뜻하고 맑은 기운을 의미하는 양춘화기(陽春和氣)의 계절이다.
부추의 효능을 볼 때 또 다른 이름으로 우리의 생기를 북돋아 주는 ‘생기초(生氣草)’라고 명명 하고 싶다.
이상기 한중지역경제협회 회장 sgrhee21@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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