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의 하노이 적응기’-회사에서 고사를 지내다(2)
5분 정도는 괜찮았다. 10분까지도 견딜만했다. 20분이 넘어가니 다리가 저려왔다.나는 다리 방향도 바꾸어 보고, 코에 침을 발라가며 진작부터 종아리를 두드려봤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다리가 찌릿찌릿 저리다 못해, 쥐가 나고, 겨우 풀리나 했더니 감각이 둔해지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이정도는 아니었는데…아직 많이 젊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나 보다.
세상 진지한 분위기에 신음 소리 못내고 버티다가 급기야 못참고 뒤로 물러나 잠깐 앉았다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고맙게도 옆에서는 기도하느라 내가 앉았다 일어나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덕분에 눈치가 덜 보였다. 체감상 시작한지 40분쯤 되었을까.
다들 일어나더니 주섬주섬 종이 공물들을 들고 태우러 간다.
계속 신경쓰이던 종이 상자를 들고 부장님이 난간으로 향했다. 종이 상자가 열리니 뭔가가 후루룩 날아가며 찍찍 거렸다. 알고보니 작은 참새였다. 불교 행사를 할 때 연못에 물고기를 방생하듯이, 여기서는 참새를 잠시 잡아두었다가 하늘로 날려 보냈다.
새가 날아가는 것이 보이도록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많이 놀라고 답답했었는지 상자가 열리기 무섭게 새는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조상들에게 소중하고 좋은 것만 보내고 공덕을 바라는 건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은 나라들은 거리와 상관없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요즘의 한국은 조상에게 감사와 축복을 비는 이러한 제사 문화가 많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 계시는 집이나 안동의 양반집처럼 전통을 중시하는 집에서 자란 분들을 제외하고 많이 간소화되거나 아예 사라지고 있는데, 이런 현대적인 건물에서 수천년전의 자연의 신과 조상에게 비는 행위가 왠지 독특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시대 초월하여 지켜지는 무언가가 있다는게 부럽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장단점을 떠나서 이런한 전통이 너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게 살짝 아쉽기도 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일상이 쌓이고 쌓여 우리의 인생이 되고 후손들에게 전해지는 역사가 된다.
평소에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가, 이런 작은 화제에서 사람들과 경험의 유무로 인해 공감을 느낄 수 없을 때 눈 앞에 있어도 그들과 한 없이 먼 거리감을 느낀다.그리고 내가 나이를 먹어가고 시대가 많이 변했음이 훅하고 가슴에 주먹을 날린다.
8월 어느 날 저녁에 서호에 볼일이 있어서 가는데, 출퇴든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꽃시장 근처 수 백미터 전부터 택시가 움직이질 않았다. 5분이면 지나갈 길은 30분만에 엉금엉금 지나가면서 차창 밖으로 보았던 풍경은 그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와 오토바이, 손수레까지 흰색과 노란 국화를 너나할 것 없이 가득 이고 지고 가는 장관이었다.
길에는 온갖 꽃 줄거리와 쓰레기들이 더딘 행렬의 발목을 더욱 느리게 붙잡고 있었다. 무슨 날이 냐고 택시 기사에게 물어보니, 내일은 7월 말 일이라 귀신들이 내려오기 때문에 제사를 지내야한다고 했다. 중양절은 옛날에 중국에서만 하는 줄 알았는데 아직도 여기에서는 매년하는 당연한 행사였던 것이다.
베트남의 공휴일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2월에 설 명절을 쇤다.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니까 남부 해방 기념일과 노동절을 챙기는건 그러려니 생각했다. 중국도 설은 챙기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먼 옛날 어느 왕의 기일도 챙긴다.
그리고 불교의 영향으로 아직도 매월 음력1일과 15일 하루는 절에 가서 간단하게 라도 기도를 올리거나, 고기 없이 채소로만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주말에는 성당에 예배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공휴일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에는 온 거리에 트리 장식이 넘실거린다. 말 그대로 다민족 국가맞는 다양한 휴일이다.
베트남은 옛날부터 토속적인 조상신을 믿는 토테미즘과 중국의 영향으로 불교와 유교의 문화가 깊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프랑스 지배로 기독교와 천주교 성당이 흔하고, 선진국인 일본의 영향으로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하고 일본 상품을 선호하는 것도 흔하다. 꽤나 많은 것들이 혼재된 베트남은 아직 다양한 전통과 종교가 우리네 비빔밥처럼 절묘하게 어우려저, 5G속도로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도 시클로처럼 천천히 꿋꿋하게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하노이(베트남)= 앨리스 리 기자 Alicelee@nvp.co.kr
필자 프로필
2020 - 2021하노이 교민 잡지 기자
2021-2022 코참 하노이 정책개발국 운영진
2022 하노이 한인회 행사분과 운영진
2018 –현재 Ascott Vietnam, 고객 관리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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