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 박균수 시인 두번째 시집 '소멸의 산책' 출간

욕망에 열정적으로 천착한 박균수의 역작 사랑과 사랑에 대한 갈망으로 다가올 시편들

2022-03-22     장신신 기자
사진/문학의숲 제공

2019년 『적색거성』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박균수의 두 번째 시집이 ‘문학의 숲’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서 그의 시는 불안하게 섬찟하고 불편하게 도발적이다. 그의 시는 불연속적 세계와 어리석은 인류의 역사를 질타한다. 공정하지 못한 세상을 향해 스스로 ‘스캐너’가 되어 묵시론적 절망을 토해낸다. 

책의 제목 『소멸의 산책』에서, 시집 전체가 시적 자아의 정신적 산책 여정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산책을 시작하는 의미의 ‘서시’와 산책을 마치는 의미의 ‘결시’의 구조 안에서 시인의 치밀한 기획력과 다채로운 시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에서도 ‘욕망’, ‘고통’, ‘사랑’ 등은 각별하게 다가온다. 그의 작품에서 욕망을 열정적으로 천착하려는 시인의 의지와 고통을 해소하려는 치열함이 느껴진다. 작품을 읽다 보면 삶의 보이지 않은 부분까지 깊이 들여다보려는 시인의 애정 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현대과학 발견의 토대 위에서 ‘나는 무엇일까?’ ‘인간은 무엇일까?’ ‘우주는 무엇일까?’에 대해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형식과 내용으로 미만해 있다. 사실 이러한 질문들은 말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시인은 비의의 세계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과감한 시적 도전과 진술로써 응답하고 있다

박균수 시의 동력은 앎을 향한 의지, 진리를 향한 갈망과 무관하지 않다. 객관적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감정과 정서를 물질화하려는 시인의 노력은 등단 이후 끊임없이 지속되었다. 

그의 시에서 ‘유전자, 파장, 입자’ 등 과학에서 사용하는 개념이나 용어, ‘역사, 원인, 결과, 사건’ 등의 관념어가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관념어와 관념적 표현의 사용은 시작(詩作)에서 일반적으로 금기로 여긴다. 시적 형상화를 방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균수는 이러한 금기를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고 깨부수며,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가장 효율적으로 담고 있는 실체로서의 관념어와 관념적 표현을 거침없이 쓰고 있다. 

그는 작품은 시적 형상화를 넉넉하게 감당할 풍부하고 섬세한 디테일(detail)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박균수 시인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하고  199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적색거성』이 있다.

장신신 기자 kiraz0123@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