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총리, 20여 년 만에 러시아 공식 방문

러시아와 미국·유럽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 행보 증가하는 에너지원 확보 차원 방문 평가

2022-02-24     이창우 기자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사진=뉴시스 제공

23일(이하 현지 시각)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우크라이나 위기 속에서 러시아와 서방 사이 대립이 고조되는 가운데 모스크바를 공식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양국 간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정상 회담으로 남아시아를 '외교적 줄타기'에 빠뜨렸다고 아랍뉴스가 23일 보도했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성명에서 칸 총리가 이틀간의 방문 기간 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너지 정책 및 기타 문제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999년 이후 파키스탄 총리 중 처음으로 진행된 러시아 공식 방문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우려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이번 순방에 앞서 파키스탄 총리는 평화적인 분쟁 해결의 희망을 피력했지만 그의 이번 방문은 “우크라이나 문제와 무관하다"고 아랍뉴스가 전했다.

칸은 러시아 국영방송 RT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우리와 관계없다. 러시아와 양자 관계를 정말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어느 블록에도 속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나라와 무역 관계를 맺고 싶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의 우자이르 유누스 파키스탄 이니셔티브 이사도 이번 주 방문으로 칸이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총리와 그의 내각은 파키스탄의 핵심 경제적 이익이 서구 열강들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과 영국, EU에 대한 연간 수출액을 합치면 120억 달러가 넘는 반면 러시아에 대한 수출은 1억 6300만 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야당인 파키스탄인민당 소속 정치인 파이잘 카림 쿤디는 칸의 모스크바 방문이 미국과 유럽과의 무역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파키스탄의 관계를 방위 관계에서 무역 관계로 가져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특히 파키스탄의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