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대상 ‘경영책임자’는 누구를 말할까?
중대재해처벌법, 1월 27일 시행 예고
2021년 연초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2년 1월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은 정의당 故 노희찬 의원이 2017년 4월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건 이후 대표 발의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률안’으로 촉발됐다.
발의 이후 3년이 지나 20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됐으나 21대 국회 개원 이후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2020년 5월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안해 다시 국회에 상정됐다.
이후 구체적인 시행령이 2021년 7월 21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하고 관련 절차를 거쳐 2021년 9월 28일 제42회 국무회의에서 최종 심의‧의결됐다.
‘중대해재처벌법’은 강력한 형사처벌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는데, 핵심이 되는 부분은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등’의 의미와 범위의 확정이다.
법안에서 경영책임자등(이하 ‘경영책임자’)은 ▲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 이에 준하는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라는 부분이 ‘대표이사’를 의미한다는 것은 이견이 없으나 ‘이에 준하는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 담당자’라는 부분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 주요내용 설명자료’를 반포하고 해당 의미에 대해 대표이사에 준하여 안전 보건에 관하여 예산‧조직‧인력 등 안전보건체계 구축 등에 전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등 안전 및 보건 의무 이행에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는 특정 직급이나 직책 등 형식적인 사항이 아니라 해당 사업체의 실질적인 직무, 책임, 권한 및 의사결정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실제로 누가 행사하였는지 여부를 따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안전보건에 대한 업무 담당자’가 별도로 존재한다고 할지라도 의사결정 구조 등을 명확하게 구분해 두지 않았다면, 혹은 구분했다 하더라도 실제 운용이 명확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업무담당자’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가 벌어질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법안에서 경영책임자 부분에서 ‘경영자’와 ‘업무자’ 부분에서 또는 이라고 규정한 부분에서 누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부담하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지에 대한 견해도 나뉠 수 있다.
‘업무자’가 있다면 ‘경영자’는 면칙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법문상 ‘또는’의 의미를 선택적 관계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 대표이사의 권한을 위임받아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대표이사의 책임이 면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안전 및 보건에 대한 확보의무를 이행할 책이 있는 사람을 누구인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 최종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또는’의 의미를 그 문언에도 불구하고 선택적 관계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경영자’는 단지 대표이사가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자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형사법의 대원칙인 ‘자기책임주의의 원칙’을 위배하는 측면이 있어 또다른 법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가정에서도 최초 발의안 중 일부에서는 상응하는 부분이 ‘및’으로 표현됐으나 입법과정에서는 ‘또는’으로 변경되어 통과됐다.
‘또는’의 의미는 양자간에 선택적 관계를 규정한 것으로 새기는 것이 타당한데 ‘또는’의 사전적 의미는 병렬적이 아닌 선택적 나열을 의미하므로 법률해석의 기본원칙에 해당하는 문리해석의 원칙상 선택적 관계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