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추싱 NYSE 자진 상장 폐지, 中 테마주 美 월가 종말로 이어지나

로이터, CNN 등 “中 테마주 상장 폐지 신호탄 될 수 있어” 평가 4일 NYSE 상장 中 기업 주가 모두 하락

2021-12-04     김성호 기자
사진=디디추싱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 ‘사이버 보안법(网络安全法)’과 미국 ‘외국회사문책법(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의 이중 압박에 올해 6월 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중국 최대 차량공유 기업 ‘디디추싱(滴滴出行, 이하 ‘디디’)’이 지난 4일 뉴욕증시 상장을 자진 폐지하고 홍콩에 재상장하기로 하면서 중국 대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미국으로 향하던 시대가 막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 미국 CNN 등은 디디의 이 같은 움직임이 ‘중국 테마주(中概股, 해외 상장 중국 기업, 이하 ‘테마주’)’ 상장 폐지 신호탄이 될 수 있으며 앞으로 민생 관련 데이터를 대량 보유한 테마주도 상장 폐지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동시에 디디의 자진 상장 폐지는 중국 당국이 IT주에 대한 규제가 계속 이어져 미국 증시에 상장한 주요 인터넷 기업의 중국 본토 복귀가 대세가 될 수 있음을 시장에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모 시옹 심(Moh Siong Sim) 싱가포르은행 분석가는 “테마주 상장 폐지 시작은 불확실한 우려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전반적인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알 수 없다”라고 밝혔다. 브록 실버스(Brock Silvers) 홍콩 카이위안 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CTO)는 “디디의 홍콩 소환은 양국 경제 관계가 더 커졌음을 의미하는 매우 우려스러운 지표”라고 언급했다.

디디추싱 뉴욕증시 상장 이후 주가 변화 추이/자료=미국 CNN

디디의 홍콩 증시 복귀도 복잡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에서 디디의 핵심 사업인 차량 공유 중 20~30%만이 ‘인터넷예약택시영업허가증(网络预约出租汽车经营许可证)’, ‘인터넷예약택시운전면허증(网络预约出租汽车驾驶员证)’, ‘인터넷예약택시운송증(网络预约出租汽车运输证)’ 등 세 가지 기준에 완전하게 충족한다. 이들 기준은 디디가 홍콩에서 첫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때 주요 장애물로 작용했다.

디디는 4일 공식 웨이보를 통해 이날부터 NYSE 상장 폐지 작업을 시작하고 홍콩 증시 상장 준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디디는 앞으로 3개월 이내에 홍콩에서 이중 상장을 완료하고 내년 6월 이전 NYSE에서 상장 폐지할 예정이다.

디디의 자진 상장 폐지 소식이 알려진 이후 이날 디디 주가는 개장 전 10% 넘게 하락했다. 또한 디디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그룹 주가가 0.3% 넘게 하락했고 3대 주주인 텐센트 주가도 2.32% 떨어졌다. 양사는 디디 지분 20.8%와 6.39%를 보유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알리바바 주가는 상장 이후 최대인 5.6%까지 폭락했다가 하락 폭이 2.6%로 줄었고, 비리비리(Bilibili) 7.2%, 핀둬둬(拼多多) 4%, 바이두 1% 등 테마주가 모두 하락했다.

한편 중국 관영매체 경제일보(经济日报)는 디디에 대한 사이버 보안 심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디디는 국가 데이터 보안 위험을 낮추고 국가 안보와 공공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심사에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호 기자 kimsh@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