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e] 진영의 들꽃 마실: 풍선덩굴

2021-10-29     정진영 여행작가
21.10.04 서울시 송파구 거여동

열매가 풍선처럼 생겨 풍선덩굴이라 불린다. 영명 Balloon vine도 Balloon(풍선)과 vine(덩굴)의 합성어다. 가는 덩굴줄기에 꽈리모양의 풍선이 소꿉장난하듯 매달려 꽃보다 풍선이 더 예쁘다.

전주의 바람 쐬는 길 산책하다, 서울 거여동에서 식사하다 만났다.

덩굴은 길이 3~4m로 벋어가고 덩굴손으로 다른 물체를 감아 올라간다., balloon plant, love in a puff, 풍선초, 풍경덩굴로도 불린다. 남아메리카 원산으로 무환자나무과 풍선덩굴속의 한해살이풀이다.

21.09.21 전북 전주시 완산구 바람 쐬는 길

꽃말은 '어린 시절의 재미', '당신과 날아가고파'로 풍선과 함께 하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꿈을 잘 나타내고 있다. 학명은 Cardiospermum halicacabum L이다. 속명 Cardiospermum (카르디오스펄멈)은 그리스어의cardia (심장)과 sperma (씨앗)의 합성어로 하트 모양의 씨앗 무늬와 관련이 있다

원산지에 전해오는 사랑 이야기가 아름답다. 먼 옛날 볼리비아 해안가에 사는 가난한 어부 청년과 안데스 산기슭에서 농사를 지으며 리마의 털로 옷을 짓는 아름다운 인디오 처녀가 서로 사랑하며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하였다.

그런데 혼인을 앞둔 어느 날, 옆 나라 칠레가 쳐들어와 청년이 살고 있는 해안가를 점령했다. 고기잡이를 하던 청년은 볼리비아군에 자원하여 칠레에 맞서 용감히 싸우다가 다리에 총알을 맞는 큰 부상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하게 되었다. 불구의 몸으로 처녀에게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 청년은 실의에 빠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안데스 산 아래 오두막을 짓고 쓸쓸히 살아가고 있었다.

21.09.21 전북 전주시 완산구 바람 쐬는 길

한편, 청년의 참전 소식을 들은 처녀는 사랑하는 사람이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이 사랑을 속삭이던 돌담에 핀 풍선덩굴의 풍선을 따 안데스의 산바람에 실어 산 아래로 계속해서 날려 보냈다. 어느 날, 오두막에서 처녀가 있는 산 쪽을 오매불망 바라보던 청년 앞으로 풍선덩굴의 풍선이 날아와 자리했다.

무심코 풍선을 주어서 열어보던 청년은 풍선 안에 있는 검은 씨앗마다 하트가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을 본 청년은 처녀와 함께했던 추억이 떠올랐고 다시금 불같은 사랑이 일어났다. 불구의 몸으로 지팡이를 짚고 사랑하는 처녀가 있는 안데스 산을 올랐고, 청년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하던 처녀는 청년을 받아들여 여생을 행복하게 살았다.

지금도 볼리비아 안데스지방에서는 풍선덩굴 씨앗에 새겨진 하트에 청년을 기다리는 처녀의 마음이 들어있다 하여 사랑의 상징으로 주고받는다 한다.

꽃 피는 시기는 7~8월이며, 연녹백색의 작고 앙증맞은 꽃이 핀다. 꽃받침 조각과 꽃잎은 4개씩이지만 크기가 각각 다르고, 8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덩굴성 초화로 키는 2~3m 정도 자란다. 잎은 어긋나기 하며, 모양은 긴 타원형에 피침형으로 잎가장자리는 톱니가 있다.

21.09.21 전북 전주시 완산구 바람 쐬는 길

풍선 모양의 열매는 8~11월에 익으며, 세로로 능선이 있고 중간쯤 오목하게 들어간 선이 있다. 풍선 열매 안에는 3개의 까만 씨앗이 들어있으며, 씨앗의 표면에 하얀색의 하트모양이 선명하다. 전초를 가고과(假苦瓜)라 하며 약용한다. 청열, 이수(利水), 해독의 효능이 있고 황달, 종기, 뱀에 물린 상처를 치료한다.

작은 꽃보다 풍선 모양의 씨방을 오래도록 감상할 수 있으며, 베란다에서 길러도 운치가 있다. 씨앗이 크므로 복토를 충분히 해준다. 습기 유지 과습 주의, 고온 건조에도 잘 견디며 생명력이 매우 강하다.

양지를 좋아한다. 햇빛이 강해지면 물을 자주 주어야 한다. 봄과 여름에는 월 1회 정도 비료를 준다. 철사나 나무로 지줏대를 만들어 준다.

정진영 여행작가 jinyoung@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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