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e] 진영의 들꽃 마실: 백일홍
꽃이 피기 시작하면 백여 일 동안 피고 지고를 계속하며 꽃을 볼 수 있어 백일홍이다. 영명은 Common Zinnia dahlia Flowered다. 백일홍은 멕시코 원산으로 국화과 백일홍속의 한해살이풀이다. 멕시코, 미국 남서부, 그리고 남아메리카에서 야생 상태의 백일홍이 발견된다.
그다지 매력 없는 잡초였으나 독일 사람 진(Zinn)이 발견한 이래 인도·프랑스·영국·미국의 화훼가들의 손을 거쳐 개량되었다. 한국에서는 이재위(李載威)의 <물보(物譜)>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정확한 도래 경로는 알 수 없으나 1800년 이전부터 관상용으로 재배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백일홍은 하양, 노랑, 빨강, 분홍, 연보라, 주황 등 꽃 색이 다양하고, 홑꽃과 겹꽃의 꽃차례 모습도 빼어나다. 초여름부터 서리가 내릴 때까지 근 백여 일 동안 오래 피면서 화단을 수 놓기에 관상용 원예식물로 알맞다. 일반에서는 배롱나무도 목 백일홍이라 하여 혼용되고 있으나 이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백일홍의 애틋한 탄생 설화가 전해온다. 아주 먼 옛날, 한 어촌 마을에 머리가 여럿 달린 거대한 이무기가 나타나 어부들을 잡아먹고 태풍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을 죽이는 악행을 저질렀다. 사람들은 이무기를 달래기 위해 젊고 어여쁜 처녀를 이무기의 제물로 바쳐왔다. 이번 제물로 선정된 처녀와 이무기를 처치하겠다 공언한 방랑자 무사가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무사는 이무기를 처치하면 하얀 기를, 실패하면 붉은 기를 올리겠다고 호기롭게 외친 뒤 배를 타고 떠났다.
그 후 처녀는 무사가 약속한 일주일간 잠도 자지 않고 무사의 성공을 기도했다. 일주일 후, 처녀와 마을 사람들은 무사의 배에 하얀 기가 걸리기를 간절히 기다렸으나 애석하게도 붉은 기가 걸려 있었다. 큰 슬픔에 빠진 처녀는 바다에 몸을 던졌다.
하지만 무사는 살아있었다 무사는 뛰어난 무용으로 이무기를 죽이고 하얀 기를 걸었으나 이무기의 목을 벨 때 그 피가 깃발에 튀면서 붉게 물든 것이었다. , 돌아와 처녀의 죽음을 전해들은 무사는 자신의 실수를 후회하며 슬퍼하다가, 처녀의 뒤를 따라 바닷속으로 몸을 던지고 말았다.
사람들은 통곡하면서 두 사람의 시신을 언덕의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다. 이듬해 봄, 두 연인이 잠든 무덤가에 작고 예쁜 붉은 꽃 한 송이가 백 일 동안 피었다가 시들었다. 촌장은 “안타깝게 죽은 연인의 사랑이 꽃으로 다시 태어나 100일간 그들의 사랑을 밝혔다”며 그 꽃을 백일홍(百日紅)이라 불렀다는 전설이다. 판본에 따라서 무사의 신분이 왕자나 남편으로 각색되는 경우가 있으며, 무사가 자결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는 더 강한 이무기를 처치하기 위해 떠난 것으로 묘사되는 경우도 있다.
꽃말은 순결, 그리움이다. 속명 Zinnia는 최초 발견자 Zinn에서 유래했고, 종소명인 비올라케아(violacea)는' 자홍색(紫紅色)의'라는 뜻이다. 지니아 엘레간스(Zinnia elegans)라는 학명도 쓰고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지니아 비올라케아(Zinnia violacea)를 정명 학명으로 보고, 지니아 엘레간스(Zinnia elegans)는 이명 학명으로 기록하고 있다. 종소명 엘레간스(elegans)는 '멋지고 아름다운'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줄기 높이는 50~90cm이고, 잎은 마주나며 잎자루가 없고 달걀처럼 생긴 길고 둥근 모양이다. 7~10월에 줄기 끝 또는 잎겨드랑이에서 꽃줄기가 나와 빨강, 노랑, 보라, 흰색, 옅은 노랑 등 여러 가지 빛깔의 두상화가 오랫동안 피고, 번식력도 좋다. 꽃말은 `멀리 있는 친구를 생각함'이다. 파종기는 3월에서 5월이며, 개화기는 6월에서 10월이다. 발아 온도는 15~20도이며 본잎 4~5매 일때 30cm 사방으로 정식한다.
토질은 그다지 가리지 않으나 꽃이 계속해서 피는 만큼 거름기가 끊어지지 않게 때때로 깻묵 썩은 것을 주도록 한다. 배수가 잘되는 비옥한 사양토가 좋다. 뿌리가 완전히 내릴 때까지는 충분히 물을 주며 이후에는 물주는 횟수를 줄인다.
정진영 여행작가 jinyoung@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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