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몸살’앓는 日 자동차 업계
도요타 등 6개 업체 올해 감산 규모 105만 대 차량용 반도체 부족 영향, 日 넘어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제조사 6개 업체의 올해 감산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많은 100만 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일본 경제매체 닛케이 신문은 이들 업체의 감산 규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규모 감산이 이뤄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차량용 반도체 아시아 공급기지 역할을 하는 동남아시아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영향이 유럽과 미국 자동차 제조사로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2021 회계연도(2022년 3월 종료) 글로벌 생산량을 기존 계획보다 3% 줄어든 900만 대로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닛산도 올해 생산 규모를 25만 대 줄일 예정이다. 혼다는 생산량 감소로 인한 판매가 연간 15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안정적인 반도체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스즈키는 일본, 태국, 헝가리 등에 있는 공장이 조업을 중단하면서 지난해 생산량의 약 10%에 해당하는 35만 대를 감산한다. 이 여파로 스즈키의 가장 중요한 시장인 인도 공장의 이달 가동률은 40%에 그칠 전망이다.
이로써 도요타 등 6개 업체의 감산 규모는 당초 계획보다 많은 105만 대로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이에 관해 도요타 관계자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Microelectronics)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 중단이 대규모 감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도요타 계열 공급사에 차량용 마이크로 컨트롤러(MCU)를 공급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직원들의 출근이 어려워져 조업을 중단했다.
부품 제조사는 동남아시아에 많은 사무소를 두고 있지만, 최근에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기지로 널리 알려졌다. 유럽 기업 중 독일 보쉬는 전장부품 등을 생산하는 공장 7곳을 세웠고, 콘티넨탈 AG(Continental AG)도 여러 생산기지에서 반도체를 사용한 부품을 생산한다.
자동차 업계가 전자 부품을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공급망에 충격이 가해졌다.
차량용 반도체 대기업 독일 인피니온 테크놀로지스(Infineon Technologies)는 지난 6월부터 5주 동안 말레이시아 남부 말라카 공장 가동을 20일 중단했다. 해당 공장은 핸들과 브레이크 등에 쓰이는 반도체를 생산해 자동차 부품 업체에 공급한다.
미국 경영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 전무이사 도모유키 스즈키는 “반도체 제조사의 조립과 테스트 공장은 인건비가 싼 동남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다”라면서 “관련 공정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정상적인 가동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영향은 일본 자동차 업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은 북미 완성차 공장의 절반에 해당하는 공장 8곳 가동을 6일부터 14주 동안 중단하기로 했고, 프랑스 르노도 지난달 말부터 최대 60일간 스페인 공장에서 조업을 중단했다. 지난달 하순 독일 폭스바겐은 동남아산 반도체 구매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추가 감산을 시작했다.
이달 초 미국 리서치 업체가 발표한 추산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은 당초 예상보다 약 6% 줄어든 8천만 대로 영업이익 손실이 1300억 달러(약 152조 75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닛케이 신문은 9~10월 누적 76만 대를 기록한 도요타 수준의 대규모 감산이 계속되면 영향은 더욱더 확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성영 기자 chosy@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