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은행 거래 시스템 붕괴 상황으로 치닫아

은행·정권·경제에 대한 신뢰도 급격히 추락... 현금 인출 대란

2021-08-09     이창우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정국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대규모 현금 인출러시와 현금 사재기가 만연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싱가폴 스트레이트 타임지가 보도했다. 

현지 은행 자료에 따르면 인구가 500만 명인 미얀마 수도인 양곤에는 매일 약 20대의 ATM만 구비되어 있고,  인구가 약 150만 명인 만달레이에는 12개의 기계만 구비되어 있다 보니 미얀마 시민들은 새벽부터 기온이 섭씨 38도가 넘는 정오까지 현금 인출기 앞에 매일 같이 긴 줄을 서 있다고 동매체는 전했다. 

6개월 전 쿠데타로 군부가 정권을 잡은 이후 미얀마는 경제난과 자금난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미얀마의 통화인 짯의 가치는 달러에 대해 20% 하락했다. 쿠데타 이전에는 현금 인출기 하루 인출 한도가 100만짯(약 65만원)이었으나 현재는 하루 인출 한도가 20만짯(약 13만원)이다. 최근 들어서는 현금인출기에 현금이 비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만큼 자금난에 부딪친 중앙은행이나 시중 금융기관 모두 거래가 원할치 못하다는 반증이다.  

이에 군부 정권에 대한 불신 가중과 사회 불안도 높아지면서 누구나 현금 보유를 선호하고 있는 추세다. 시중 은행도 ATM과 마찬가지로 창구 인출 횟수를 크게 제한하고 금액을 약 300달러로 제한하고 있으며 425달러 미만의 이체에 대해서만 가능하며 이체가 더 크면 전체 금액이 동결된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새로운 유형의 통화 브로커가 등장하여 온라인 송금 대가로 7~15%의 비용으로 현금을 제공하는 사례가 만연되고 있다. 

사실상 미얀마는 현재 현금 가치가 더 높아지고 예금 가치가 낮아진다는 두 가지 가치를 가지고 있는 상황으로 전문가들은 미얀마가 전면적인 금융 위기에 빠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위기 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미얀마 수석 고문인 Richard Horsey는 "현재 심각한 경제 위기입니다. 정권, 은행, 경제에 대한 신뢰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면서 마얀마의 전반적인 경제·금융시스템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쿠데타 반대 시위와 총파업으로 경제의 많은 기관 및 부문이 마비되었으며,  군부 인수 후 첫 몇 달 동안 거의 모든 은행 지점이 폐쇄되었다. 지난 3월 중순 군부 정권은 모바일 인터넷을 차단해 시민 불복종 운동을 진압하려 했다. 현금 없는 지불 방식인 휴대폰 은행 송금은 자연히 차단된 상황이다. 그래서  온라인 결제를 제한하다 보니 현금을 갖고 싶은 욕구가 더 커지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 군부의 이같은 실책이 위기를 촉발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었다. 

특히 현금이 더욱 부족한 농촌 지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의료 시스템이 붕괴됨에 따라 일부 농부들이 자신이 재배한 식품을 다른 종류의 식품이나 의료와 같은 서비스와 교환하는 물물교환으로 눈을 돌리고 있고, 도시 거주자들 역시 산소통 확보를 위해 오토바이나 카메라와 같은 품목을 교환하기 위해 온라인을 통해 제안을 하는사례가 통용화 되고 있다.

Hein Maung 경제학자이자 양곤 경제정책연구원의 전 연구원은 미얀마의 위기는 정치적 변화로만 해결할 수 있다면서 미얀마가 경제적 곤경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금융 위기가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