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경제, 아시아의 호랑이였던 호시절에서 다시금 약골 병자로 전락하게 되려나

2021-08-04     김민정 필리핀 통신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사진=뉴시스 제공.

지난 2019년, 필리핀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뽐내는 나라 중에 하나였다. 그보다 이전 1980년대 중반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정권 말기, 독재정권을 지나며 경제가 붕괴되면서 얻었던 ‘아시아의 병자’라는 오명을 떨쳐버리고 매년 6% 대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10년째 평균적으로 보여 온 것이다.

그러나 작년 3월 이후 1년이 넘도록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필리핀 경제 상황 역시 2020년에 주춤했던 것을 지난 1999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또, 필리핀은 아세안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에서 가장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경험했다.

필리핀 정부는 2021년 약간의 반등을 기대했지만 코로나19의 전염병 확산세가 줄지 않아 필리핀 주요 각 도시들이 이동제한과 엄격한 검역조치에 걸리면서 경제 성장 동력의 날개가 꺾여 버렸다.

아테네오 데 마닐라의 로날드 멘도사 교수는 이에 대해 이 모든 것을 코로나19로 인한 판데믹 탓을 돌릴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제까지의 필리핀 경제 모델 자체가 대규모 전염병 발생에 더 취약했다고 지적했다.

필리핀의 경제성장의 기반을 이루는 관광, 서비스산업과 외화 송금 기반의 시스템은 모두 전염병 상황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해외 여행이 급감하여 관광산업이 직격타를 맞았으며, 국내외 봉쇄조치와 이동제한으로 소매와 서비스 산업 부분도 마비되었다. 다만 필리핀의 BPO(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 부문이 근근한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멘도사 교수는 설명했다.

또 그는 실제적으로 필리핀이 전염병 상황에 대응한 방법과 프로세스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질병의 효율적인 억제에 실패하여 지역별 락다운 조치와 엄격한 이동제한을 펼치며 세계에서 가장 길고 엄격한 봉쇄조치를 취했지만 필리핀 전역의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멘도사 교수는 국제적인 모범 사례의 교훈에 따라 주요 정책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는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의 위협에 대비하여 보다 효율적인 대량 테스트 전략을 수립하고, 밀접 접촉자 추적과 확진자 격리에 최선을 다해 민간 부문과 커뮤니티에 전파되는 위험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두번째로 전염병의 확산으로 이미 심각한 영향을 받은 빈곤층과 저소득 가정에 즉각적인 구호를 제공하기 위한 사회보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멘도사 교수는 권고했다. 현재까지의 'Build, Build, Build'프로젝트 등을 통해 이루어저 온 인프라 프로젝트 등에 집중된 예산과 중앙정부의 노력을 교육, 건강, 사회보장 등에 지출되도록 재조정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세번째로 멘도사 교수는 가능한 빨리 인구의 70% 이상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실시하여 집단 면역을 형성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아시아 전역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델타 변종 확산으로 인해 많은 나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필리핀은 다시금 아시아의 병자 신세로 추락하지 않고 전염병 이전 10년의 빠르고 안정적인 성장을 보이던 호시절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필리핀=김민정 통신원 ckn@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