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개선 기대에 못 미친 미·러 정상회담 종료
양국 대사 복귀에 동의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과 니발리 문제 합의점 못 찾아
정치적 중립 이미지가 강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던 미·러 정상회담이 16일(현지 시각) 막을 내렸다.
17일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정상회담이 끝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건설적’이라고 표현하며 “적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건설적이고 균형 잡힌,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한 정치가’라고 평가했다.
푸틴은 관계 긴장 완화를 위해 양국 대사를 상대방 국가로 복귀하도록 바이든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존 설리반 주러시아 대사와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국 대사는 양국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올해 초 귀국했다. 두 대사는 이번 정상회담의 ‘P+5’ 회담에 참석했다.
양국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과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니발리 문제였다.
푸틴은 니발리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 않고 “그는 자신이 러시아 법률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라면서 “그는 두 번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니발리가 지난해 러시아 관리에게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출국해 보석 조건을 위반했다는 러시아 공식 입장을 재확인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관해 푸틴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바이든이 지난 14일 나토 동맹국 정상과 회담을 가진 이후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토가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으로 당시 일부 분석가는 푸틴이 바이든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여부를 묻는 말에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기준에 부합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무력 침공에 계속 저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렘린궁은 푸틴의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성명을 내고 “양국은 관계가 경색된 시기에도 전략 분야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 무력 충돌 위험과 핵전쟁 위협을 줄이는 공동 목표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모두 협력 기회를 강조했지만, 양국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앞서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중요한 합의를 하는 무대가 아니라 서로의 불만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했다.
미·러 정상회담을 끝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해외 순방이 마무리됐다. 지난 1주일 동안 바이든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했고, 나토 동맹국과 유럽연합(EU) 정상들과 회담을 하면서 동맹국과의 관계 강화를 모색했다.
김성호 기자 kimsh@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