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AR 기술로 인정받는 '360도 동영상'...잇따른 스타트업 등장으로 생태계 확산

2018-01-31     이진구 기자

[뉴스비전e 이진구 기자] 360도 동영상은 PC 화면에서도 시청할 수 있을 뿐더러 HMD(헤드 장착용 영상 장치)를 이용한 VR 체험에서 느끼는 몰입감 경험과는 달라 VR 기술이 아니라고 보는 의견이 있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점차 넓은 의미에서 VR 및 AR 기술로 인정해 가는 추세다.

게다가 VR 및 AR 분야에서 수익 창출이나 투자 자금 조달에 성공하고 있는 사업자가 가장 많은 영역도 사실 360도 동영상 부문이다.

최근 360도 동영상 콘텐츠 제작 사업자는 물론 제작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자가 잇달아 등장하며 생태계가 확장되고 있다.

360도 동영상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기업은 크게 촬영용 카메라를 비롯한 하드웨어 개발업체, 동영상 편집 및 전달을 담당하는 제작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동영상 콘텐츠 제작업체, 동영상 콘텐츠 전달 서비스 운영업체 등 4개 분야로 나뉜다.

360도 동영상 각 분야 모두 스타트업들의 약진이 눈에 뜨게 증가하고 있어 스타트업 중심으로 생태계가 점차 완성되어 가고 있다.


◆촬영용 카메라 분야...'존트(Jaunt)', '고프로(GoPro)

존트는 360도 동영상을 촬영하는 카메라 ‘시네마틱(Cinematic) VR’과 주변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왔고, 2015년 7월 ‘NEO(네오)’라는 코드 네임으로 처음 발표했으며, 현재 버전은 최초 시제품으로부터 따지면 약 5세대에 해당한다.

카메라 장비의 개발 이상으로 존트가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다양한 각도로 촬영한 영상을 조합해 360도로 합하는 ‘스티칭(stitching)’ 기술이다. 존트는 스티칭 기술을 독자 개발해 NEO에 탑재하고 업계 최초로 360도 동영상 촬영 카메라를 제작했다.

존트 옴니 <사진 / jauntvr.com>

존트는 NEO 발표 직전인 2015년 4월 LA에서 360도 동영상 콘텐츠 제작을 위한 전용 시설로 ‘존트 스튜디오’를 설립했으며, NEO를 이용해 소비자용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존트가 스스로 콘텐츠 제작에 나선 것은, 360도 동영상을 촬영하는 카메라를 어떻게 쓰면 좋을지, 어떤 작품을 만들 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존트는 지금까지 구글의 투자 부문과 월트디즈니 등으로부터 약 1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고프로 옴니 <사진 / gopro.com>

360도 동영상의 수요를 감지하자 액션 카메라 업체 고프로(GoPro)는 2016년 8월에 360도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 ‘옴니 (OMNI)’를 개발해 기업용으로 출시했다. 고프로는 옴니 출시에 앞서 스티칭 소프트웨어 개발 벤처기업인 ‘컬러(Kolor)’를 인수했으며, 옴니 이용자들에게 이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동영상 제작 및 편집 소프트웨어 분야...주목 받는 스타트업들 속속 등장

360도 동영상 편집에서도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카메라가 대중적인 관심을 모으고 나면 다음으로 수요가 발생하는 것이 동영상 제작 및 편집 소프트웨어이다.

존트와 고프로가 전문 동영상 제작업자가 사용하는 하이엔드 제품이라면, 이후 등장한 리코의 ‘THETA(세타)’와 삼성전자의 ‘기어(Gear) 360’ 등은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기로 360도 동영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 

카메라 보급 후 등장한 것이 제작 소프트웨어이며, 이 소프트웨어는 동영상 제작과 편집 기능 외에도 PC의 웹브라우저, 아이폰 등 스마트폰,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 등 VR 전용 HMD 등 다양한 시청 환경에 적합한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제작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InstaVR 이미지 <사진 / 인스타VR 홈페이지>

제작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보(EEVO), 바이저(Vizor), 인스타VR(InstaVR)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3개 기업은 모두 월정액 요금제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회원 수는 적지만 고정 고객을 확보해 꾸준히 매출을 늘려 가고 있다. VR 및 AR 분야의 스타트업들 중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곳은 바로 이 제작 소프트웨어 영역이다.


◆콘텐츠 제작 분야...스타트업 ‘위딘(Within)’, 'VRC'가 시장 선도

360도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선도적 스타트업으로는 ‘위딘(Within)’과 ‘버추얼 리얼리티 컴퍼니(The Virtual Reality Company: VRC)’가 있다. 

위딘은 주로 다큐멘터리 작품을 제작하고 있으며, 설립 초기부터 투자자의 관심을 모아 21세기 폭스와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벤처캐피털인 안드리센 호로비츠 등으로부터 총 5,200만 달러 자금을 유치했다.

VRC <사진 / thevrcompany.com>

VRC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투자자이자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는 콘텐츠 제작업체로, 스필버그는 현재 VRC와 공동 프로젝트로 가정용 VR 작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딘과 VRC가 주로 영화를 제작하는 것에 비해 스포츠 분야의 360도 동영상 제작에 특화하고 있는 스타트업은 ‘넥스트VR(NextVR)’이다. 넥스트 VR 역시 소프트뱅크, 타임워너, 컴캐스트 및 다수의 중국계 투자자로부터 총 11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런 거액의 투자가 필요한 것은 넥스트VR이 촬영용 카메라와 전송기술은 물론 콘텐츠 제작과 배급 사업까지 모두 하고 있기 때문이다.

넥스트 VR은 현재 NBA 및 NFL과 계약하고 매 경기를 인터넷에서 라이브 영상으로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음악 라이브 등 다른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도 진출 중이다.


◆동영상 콘텐츠 전달 서비스 운영 분야...‘리틀스타(LittlStar)', 유튜브 등과 경쟁

볼 만한 콘텐츠가 많아지면 다음으로 수요가 높아지는 것이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전송하는 서비스이다.

이 분야 대표적인 스타트업은 2015년 설립된 ‘리틀스타(LittlStar)'이다.

리틀스타 메인 이미지 <사진 / littlestar.com>

리틀스타는 360도 동영상 서비스에 특화함으로써 유튜브 등 기존 동영상 서비스와 경쟁하고 있다. 유튜브에 UCC 동영상이 많은 반면 리틀스타는 전문 콘텐츠 제작업체와 손잡고 고품질의 360도 동영상만 전달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구글의 모바일 VR용 HMD 기기인 ‘데이드림(Daydream)’ 부문 관계자에 따르면, 데이드림 사용자는 이용시간의 절반 이상을 유튜브, 리틀스타, 넥스트 VR 등이 전달하는 360도 동영상 시청에 할애 중이다. 오큘러스의 모바일 VR용 HMD 부문 관계자도 비슷한 언급을 하고 있는데, 하이엔드 HMD에서는 게임의 인기가 높지만 모바일 VR의 킬러 콘텐츠는 360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최근에는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이 보편화되면서, 360도 동영상 기술의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 적용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대량의 동영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스티칭해 전달하는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실시간 스티칭 기술의 개발을 시작한 스타트업들도 등장하고 있는데, 에릭슨의 동영상 서비스 개발팀이 2016년 스핀아웃해 설립한 ‘와이비VR(ybVR)’가 대표적이다. 

실시간 스티칭 기술이 단기간에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실시간으로 360도 동영상 스트리밍 방송이 가능해지며, 콘텐츠 소비 경험은 또 한번 극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