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의 중국 철수, 사드 보복 때문인가? 잘못된 경영판단 때문인가?
[뉴스비전e 신승한 기자] 그동안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피해를 입어왔던 롯데그룹이 14일 중국내 롯데마트 매장을 처분하기 위해 매각주간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부터 본격화된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롯데마트는 중국내 112개 점포 중 74곳이 영업정지를 당했고 13곳은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피해금액만 6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올 연초부터 2번에 걸쳐 7천억원의 긴급자금을 투입하며 중국사업 회생 의지를 보였던 롯데그룹으로서는 가슴아픈 결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각에선 롯데의 이번 중국 철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중국의 사드 보복때문이지만 어차피 정리해야 하는 사업이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8년 6월 중국 베이징에 롯데마트 1호점을 오픈한 이후 롯데그룹은 중국에 50억달러-우리 돈으로 약 5조7천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실적은 악화일로 였다. 2014년부터 3년간 롯데쇼핑의 중국사업 영업손실은 7천억원에 달한다. 올 상반기에만 1천 32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러한 롯데마트의 실패는 특히 우리나라와는 다른 중국 유통시장의 특성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현지와 제품 포트폴리오 비슷...수급 능력 부족에 가격 경쟁력 상실
중국 마트도 우리나라와 제품 포트폴리오는 비슷한데, 한국 유통기업이 유독 고전을 면치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신선식품의 수급 때문.
중국에서 마트 사업을 하기 위해선 과일이나 야채 수산물 같은 신선식품을 공급해야 하는데 거리상 한국산을 공수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결국 현지 업체로부터 공급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현지업체가 처음엔 정상적으로 공급해 주지만 중국기업이 아닌 외국기업에게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납품을 미루다가 결국 납품가격을 올린다는 것이다.
중국 국민의 소비여력이 급증하면서 마트 쇼핑이 보편화되자 중국기업도 대형 마트 분야로 앞다퉈 진출하며 롯데마트의 제품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결국 잘못된 현지시장 사전 조사와 무리한 점포 확장이 실패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동일한 여건에 다른 선택한 기업 사례들 눈여겨 봐야
위와 같은 횡포가 유통업에서만 이뤄진 건 아니다.
2000년 초반 국내 IT기업들은 증시의 '벤처붐'으로 확보한 자금을 가지고 앞다퉈 중국에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제품단가를 낮추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부품 공급 지연을 통한 납품가격 인상, 중국법 위반 사실의 고발 등으로 인해 결국 2-3년 후 손해만 보고 쓸쓸히 철수해야만 했다.
오죽하면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뜻하는 중국어 '꽌시(关系)'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물론 경쟁사인 신세계도 중국시장에서 고전한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1997년 중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이마트는 한 때 30개까지 매장을 확장하기도 했지만역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 이마트는 지난 2011년에만 1천억원 넘는 적자를 보는 등 최근 4년간 누적손실액이 2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훨씬 일찍 중국시장에 진출한 만큼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손실액을 감안하면 롯데보다도 손실규모가 클 수도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신세계는 좀 더 빠른 경영적인 판단을 했다.
중국 이마트가 실적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지난 2011년부터 일찌감치 점포를 매각했다.
지속적인 구조조정 끝에 이마트 매장 수가 6개로 줄어든 지난 5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진출 20년만에 중국 사업 전면 철수를 선언했다.
개선 가능성이 희박한 시장인 중국을 포기하고, 몽골 등 다른 아시아권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롯데의 중국 사업을 놓고, 유통업계와 전문가들의 지적은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오(吳)나라 출신의 전략가인 손무(孫武)가 쓴 병법서인 '손자'에 나오는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말로 압축된다.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찾고 있는 우리 기업, 우리 정부가 곱씹어 볼 대목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