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 ‘Kiss & Ride’ 등 안전불감증 용어 없애

강매역 도로 쓰여진 ‘Kiss & Ride’ 문구/ 사진= 한글문화연대 제공.
강매역 도로 쓰여진 ‘Kiss & Ride’ 문구/ 사진= 한글문화연대 제공.

 

한글문화연대는 철도역 근처 도로에 새겨진 뜻 모를 키스&라이드(Kiss & Ride) 표기가 사라진다고 28일 밝혔다.

‘Kiss & Ride’란 기차 승객을 배웅하거나 마중하기 위해서 잠시 차를 세워둘 수 있는 구역이다. 헤어질 때 입을 맞추며 인사하는 영어권 문화에서 비롯된 말이다. 국토교통부고시 제2018-199호 ‘도시철도 정거장 및 환승·편의시설 설계 지침’에서는 ‘배웅정차장’이라는 말과 함께 사용했고, 국립국어원 제51차 말 다듬기 위원회에서는 ‘환승정차구역’으로 다듬었다.
 
한글문화연대는 대개의 이 시설은 Kiss & Ride 또는 K & R이라고 표시돼 있고, 심지어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묘가 있어 이름 붙인 여주시의 ‘세종대왕릉역’에도 약자 표기인 ‘K & R’이 표시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글문화연대는 지난해 5월 150명의 일반 국민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Kiss & Ride의 뜻을 몰랐으며, 우리말 표기로 개선해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몇몇 사람은 “Kiss & Ride가 유흥주점 이름 같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님의 이름을 딴 역 앞에 영어가 있다는 것이 굉장히 모순적이다”라고 답했다.
 
한글문화연대는 2017년 신분당선 동천역의 Kiss & Ride 표기 개선을 시작으로 2019년부터 대학생 동아리 ‘우리말가꿈이’와 함께 수도권 역에 있는 Kiss & Ride 표기를 우리말로 개선하는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수도권 지역 22곳의 역에 있는 Kiss & Ride를 ‘환승정차구역’, ‘잠시정차구역’ 등 우리말 표기로 바꿨다.
 
하지만 올해 1월 개통한 원주역에 Kiss & Ride의 약자인 K & R이 또 등장했고, 한글문화연대는 국가철도공단에 외국어 표기를 우리말인 ‘환승정차구역’ 등으로 바꿔 달라고 건의했다.

그런데도 국가철도공단은 상위 기관인 국토교통부 법령에 Kiss & Ride가 쓰인 것을 참고해 ‘연계교통 시설 설치 기준’ 지침을 만들었기에 국토교통부가 바꾸지 않는 한 개선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에 한글문화연대는 올해 2월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Kiss & Ride’를 배웅정차장, 환승정차구역 등 우리말로 고치는 것을 감독해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올해 3월 12일에 역 시설물의 관리 주체인 한국철도공사와 국가철도공단이 강릉역, 둔내역, 만종역, 일광역, 원주역 등 18곳의 역에 있는 K & R 표기를 우리말인 ‘환승정차’로 개선했다.

앞으로 새로 역을 설치할 때 ‘환승정차’, ‘환승정차구역’ 등으로 표기하겠다는 답변을 국회를 통해 전달받았다. 또 올해 4월 22일에는 2년 전에 개선을 요청했던 고양시 강매역의 K & R 표기까지 ‘환승정차구역’으로 개선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한글문화연대가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끊임없이 감시하고 건의한 결과, 앞으로 대한민국의 역 주변에 Kiss & Ride, K & R이 사라지고, 우리말인 ‘환승정차’, ‘환승정차구역’ 등이 쓰일 전망이다.
 
한글문화연대 관계자는 “국민의 안전과 재산, 권리와 의무, 기회와 행복을 좌우하는 공공언어에서 외국어 대신 쉬운 우리말을 사용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라며 “일단 쓰기 시작하면 바꾸기 어렵고 비용도 들어가므로 처음부터 쉬운 우리말을 쓰려고 공공기관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라와 백성을 먼저 생각했던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처럼 공공기관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일은 당연하다며 무엇보다 우선해야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글문화연대는 우리 문화의 뿌리이자 그릇인 우리말과 한글을 아름답게 다듬고 살찌워 세계에 내놓을 자랑스러운 한국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쉽게 알아듣고 서로 이해하는 말글살이를 이뤄 행복한 민주 사회로 나아가는데 주춧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