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미래에셋에 시정(행위 금지) 명령과 함께 과징금 43.9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히고 있다. 공정위는 박현주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SO)는 고발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정진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미래에셋에 시정(행위 금지) 명령과 함께 과징금 43.9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히고 있다. 공정위는 박현주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SO)는 고발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경영인·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647억원을 부과했다. 파리크라상·에스피엘·비알코리아 등 그룹 계열사들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총수 2세들이 지분을 보유한 SPC삼립(삼립)을 7년간 부당 지원했다는 혐의다. 이는 부당 지원 혐의로 부과된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공정위에 따르면 SPC 계열사들은 지난 2011년 4월 1일부터 2019년 4월 11일까지 그룹 내 부당지원으로 삼립에 총 414억원의 이익을 몰아줬다.

공정위는 이날 그룹 내 부당지원행위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SPC그룹에 총 647억원을 부화했고 허영인 회장, 조상호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와 파리크라상·SPL·BR 등 3개 계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가 적발한 SPC계열사의 부당거래 방식은 주로 제빵 원재료나 잼 같은 완제품을 특별한 역할이 없는 삼립을 통해 구매하고 판매망을 삼립에 저가로 양도하는 방식이다.

 

▼ SPC, 통행세 거래로 삼립에 이익 몰아주기

공정위는 SPC가 2013년 9월부터 2018년 7월까지 파리크라상, SPL, BR코리아 등 3개 제빵계열사가 밀다원, 에그팜 등 8개 생산계열사 제품을 구입할 때 굳이 중간단계로 삼립을 통하도록 하는 통행세 거래를 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3개 제빵계열사는 연 평균 210개의 생산계열사 제품에 대해 9%의 마진을 삼립에 제공했다.

특히 밀가루의 경우, 비계열사 밀가루를 사용하는 것이 저렴함에도 제빵계열사는 사용량의 대부분(2017년 기준 97%)을 삼립에서 구매했다.

통행세 거래로 삼립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급격히 증가했으나 제빵계열사의 원재료 가격이 높아져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제품 가격은 높게 유지됐다.

 

▼ SPC 계열사 샤니, 판매망도 삼립에 저가양도

공정위에 따르면 SPC 계열사인 샤니는 판매망을 정상가인 40억6천만원보다 낮은 28억5천만원에 삼립에 양도했다.

당시 샤니는 양산빵 시장 점유율과 인지도 1위를 달리고 있었음에도 삼립을 중심으로 판매망 통합이 진행되면서 삼립에 13억원이 지원됐다.

샤니와의 판매망 통합 이후 양산빵 시장에서 삼립은 점유율 73%의 1위 사업자로 뛰어올랐지만 샤니는 0.5%의 낮은 영업이익률로 삼립에 빵을 공급하는 제조공장 역할로 추락했다.

또한 SPC는 2012년 12월 계열사인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정상가격인 주당 404원보다 현저히 낮은 주당 255원에 삼립에 양도하도록 지시했다.

이를 통해 삼립에 총 20억원을 지원한 것이다.

SPC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을 피해가려는 꼼수로 통행세 거래구조를 마련하기에 앞서 주식 양도를 진행한 것으로 살펴진다.

삼립이 밀다원 주식을 100% 보유하면 밀다원이 삼립에 판 밀가루 매출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밀다원의 생산량과 주가 상승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헐값에 삼립에 주식을 넘긴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각각 76억원, 37억원의 매각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 삼립 주가 폭등, 파리크라상과 주식 맞바꾸기 전략?

공정위는 SPC가 부당지원행위를 한 목적이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삼립의 주가를 높인 후 총수 2세가 보유한 삼립 주식을 파리크라상의 주식으로 바꾸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총수 2세(허진수·허희수)들이 SPC그룹 경영 승계를 하려면 2세들이 그룹 내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파리크라상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100% 가진 지주회사격인 파리크라상의 2세 지분을 늘리면 총수 일가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SPC 계열사들의 이익 몰아주기로 2010년 2천693억원이던 삼립의 매출액은 2017년 1조101억원으로 급상승했다.

삼립의 주가 역시 폭등했다. 2011년 초반 1만원대였던 삼립주식은 2015년 8월 41만1천500원을 찍는 등 40배 넘게 상승했다.

한편, 공정위는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지원을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23조 1항 제7호 불공정행위 금지 조항을 적용했다.

 

▼ SPC 관계자의 입장

이러한 상황에 대해 SPC 관계자는 "판매망과 지분 양도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적법 여부에 대한 자문을 거쳐 객관적으로 이뤄졌고 계열사 간 거래 역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직계열화 전략"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삼립은 총수 일가 지분이 적고 상장회사이므로 승계 수단이 될 수 없다"며 "총수가 의사결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것을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과도한 처분이 이뤄져 안타깝다. 향후 의결서를 면밀히 검토해 대응 방침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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