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

자유한국당이 몇 개월 째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의 반등을 위해 '장외투쟁'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지만 당 안팎으로부터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는 야권이 정국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는 호재가 될 수 있으나 여권과의 신경전도 만만치 않아 황교안 당대표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국당의 장외투쟁은 여야 4당이 강행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4월20일부터 시작해 광화문에서 3번, 대구·경북과 대전에서 각 1번씩 매주 장외투쟁을 이어가는 강행군을 펼쳤다.

집회를 열 때마다 당원, 시민 등 수만명 안팎의 인파가 군집했던 터라 황 대표에게 장외투쟁은 단기간 안에 당수로서 존재감을 굳히고 보수 진영에서도 입지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특히 황 대표가 전국을 돌며 민생대장정과 병행함으로써 '집토끼'를 결집하는 효과는 배가 됐다.

문제는 불과 3개월 만에 당 지지율 뿐만 아니라 황 대표의 지지율이 전당대회 이전으로 동반 하락한 점이다. 총선을 8개월 남긴 시점이지만 한국당은 여전히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10~20% 가량 차이 난다. 최근 들어 여야 차기 대권후보 호감도에서도 황 대표는 이낙연 총리에게 밀려나고 있다.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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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에서 장외투쟁을 재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 내부에서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24일 장외투쟁을 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곧 열리게 될 정기국회에서도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기국회가 열리게 되면 원외 인사인 황 대표가 원내에서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장외투쟁 만한 수단이 없지 않느냐는 진단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황 대표의 장외투쟁이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낙관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경기 침체와 북한 무력도발 등 대여(對與) 공세를 펼칠 수 있는 여건은 조성돼 있지만, 문재인 정권을 규탄하더라도 지난번 장외투쟁처럼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자칫 고정 지지층만 모아놓고 집회를 열 수도 있어, 집토끼를 결집하는 효과 이상의 '산토끼'를 유인하는 외연 확장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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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살림살이도 예전만큼 넉넉하지 않아 장외투쟁 관련 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골칫거리다. 장외투쟁을 한 번 나갈 때마다 버스, 장비 대여 등 1억여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아직 영등포 당사를 여의도로 이전할 만큼 자금도 여의치 않아 장외투쟁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당으로서는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정치 후원금의 대부분이 집권당인 여당으로 쏠리고, 같은 보수정당인 우리공화당과 '출혈 경쟁'을 하는 불리한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우리공화당 의석수가 단 2석에 불과하지만 후원금은 한국당보다 더 많이 걷힌다"는 말도 자주 한다. 우리공화당 당원들이 대부분 충성도가 높은 열혈 당원인데다, 상당수가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한다.

국회 보좌진이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여의도 옆 대나무숲' 페이스북에는 "우리 지지층이 저들처럼 광장에 나오는 성향인가"라며 "제발 똑똑하게 싸우면 안 되나. 돈 허튼데 쓰지 말고 제발 정책연구와 대안을 만드는 데 쓰고 머리좋게 투쟁하자"며 장외투쟁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여권에서는 한국당의 장외투쟁을 "민심을 거스르는 제2차 가출 대권 놀음"이라고 깎아내리며 성토하고 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황교안 대표가 지난 14일 뜬금없고 속빈 강정에 불과했던 담화를 통해 정쟁을 위한 '가출 예고장'을 날리더니 드디어 본심을 드러냈다"며 "결국 자신만의 '대권 꿈꾸기'가 여실히 드러나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즉각 장외투쟁 선언을 철회할 것을 엄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유상진 대변인도 "지금 시기에 장외투쟁이 과연 국민들에게 공감할 만한 일인지 돌아보기를 바란다"며 "제2의 IMF 위기라느니 핵무장을 해야하느니 불안을 선동하며 밖으로 나갈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제 할 일이나 제대로 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장외투쟁의 필요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김학용 의원은 tbs 라디오에 출연해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대통령께서 정말 이렇게 불통으로 일방적인 정치를 한다고 하면 저희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지, 적당하게 장외투쟁 한두 번 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고 생각이 된다"며 "필요하면 의원직이라도 걸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당의 한 재선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지금 한일관계나 남북관계, 경제문제 등 상당히 중요한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국가적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가 정권에 경종을 울릴 필요는 있다고 본다"며 "황 대표가 광복절을 앞두고 대국민담화도 발표했지만 국민들이 함께 할 수 없었던 만큼 장외투쟁을 통해 한국당이 국민들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지역구에서 지지자들을 만나보면 '정부가 지금 굉장히 잘못하고 있는데 야당이 가열차게 투쟁해야하는 것 아니냐' 이런 목소리가 굉장히 강하다"며 "경제도 외교도 엉망진창이고 미국, 중국, 러시아, 대북관계까지 안 좋은 마당에 이 좋은 호재를 앞두고 한국당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보수층의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한국당으로서는 '청문 정국'도 지지율 반등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일정 조율부터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한국당은 인사청문요청서가 국회에 도착해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자료를 수집, 분석해야 하는 만큼 8월 말에는 청문회를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8월 27~28일 한국당 연찬회가 잡혀 있고, 민주당도 30일 워크숍을 열 예정이어서 9월 초에 인사청문회를 열기를 바라고 있다. 여기에는 청문 정국의 후폭풍이 9월 추석 민심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은 8월 말까지 모든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조속히 마무리 짓고 9월 정기국회에서 최근 한일 문제 등 현안을 풀어나간다는 입장이라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법사위 소속 한국당의 한 의원은 "청문회 자료를 요청도 하지 않았는데 8월 말에 인사청문회를 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9월에 청문회를 해야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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