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동의수세보원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앞에서 이야기 했던 ‘내가 타고난 것을 스스로 되돌아보아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는 것(存存其心 養其性)’과 같은 구절에 쓰여 있는 ‘修其身 立其命’이다. 감히, 동양 최고의 경지라는 요순(堯舜)이 되는 방법이라고 한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마음에 있어서는 스스로 타고난 기질을 적절하게 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행동에 있어서는 인성 발달을 통해 몸가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내 스스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스스로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특별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고 자신의 본분을 다하면 된다는 것이다.

나이든 사람이라면, 내가 남들에게 꼰대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항상 되돌아보아야 하며, 혹여 실수하지 않을지 조심해야 한다. 젊은 사람이라면, 세상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모든 일을 대충하는 것은 아닐지 되돌아보고, 모든 일에 성실하게 노력해야 한다.

대학 신입생 시절 사서삼경을 배우면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맹자의 첫 번째 챕터 ‘양혜왕장구상(梁惠王章句上)’에서 보았던 호리지차 천리지유(毫釐之差, 千里之繆)이다. 처음에는 대단치 않은 것 같으나 나중에는 큰 차이가 생긴다는 뜻이다. 본문도 아닌 주석의 작은 부분이라 다시 찾기도 어렵다. 오랜 기간 쌓여서 나중에는 천리 400km만큼의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것도, 처음 시작은 매우 작은 차이라서 보이지 않는 털끝 0.1mm 만큼 밖에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면서도 성숙한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청소년기부터 아주 조금씩 스스로 인성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부터 매일 조금씩 고전으로 마음을 다잡아 나간다면, 언제인가는 행복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다. 먹는 건, 그저 조금 부족하도록 줄이면 될 뿐이다.

고령사회 대한민국의 건강은 스스로 성숙한 사람이 되려는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성숙한 인성이야 말로, 곧 마음의 행복이고, 신체의 건강이고, 장수의 비결이며, 서로 배려하는 건강한 사회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 채 한 교수는...

부산대 한의학과 교수. 경희대에서 한의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문학>신인문학상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하버드 의대, 클리브랜드 클리닉에서 연구원으로 활약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토야마대와 워싱턴대 초빙교수를 지냈다. 한의사로는 드문 해외유학파로 ‘한의학 국제화’, ‘한의학 교육학’, ‘생리심리학’이라는 다양한 학문적 관심위에서 ‘사상의학’을 몸에 대한 치료뿐아니라 마음을 키우는 차세대 한의과학으로 새롭게 재해석했다. 문文·사史·철哲의 탄탄한 토대가 없다면 과학은 영혼을 잃고 방황할 수밖에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며, 왕성한 논문 발표와 함께 해외 저명 학술지의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교육에 대한 관심을 담은 저서로 《실습으로 익히는 의학논문 작성법》(공저, 2017), 《동의생리학》(공저, 2016), 《한의학 한자 1000》(2014), 《침구시술 안전 가이드》(공저, 2011) 등이 있다.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