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유학자로서 이제마는 기존 5개의 장부로 이루어진 생병리학에서 벗어나 유학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사단(四端), 곧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몸속에서 체화(體化)하는 폐비간신(肺脾肝腎)의 4개의 장부가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생리학적 이론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마는 사단을 인체 생리에 적용함에 있어 자신만의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있는데, 애노희락(哀怒喜樂)이라는 4개의 성정(性情)이 생리적, 병리적 작용을 매개한다. 사상인별로 사단과 성정사이의 역동관계를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다.

태양인은 자신의 자기초월적 인류애(仁)가 펼쳐지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많이 슬퍼지게(哀) 된다. 소양인은 자신이 억압받거나 통제받게 되면 화(怒)를 내게 되는데, 이는 공평함(義)으로 적당하게 관리될 수 있다.

사회적 관계에서의 인정은 예절(禮)을 매개로 얻게 되는데, 태음인은 원했던 사회적 인정을 얻게 되어 기뻐한다.(喜) 불안과 걱정들은 지혜(智)로 덜어낼 수 있는데, 소음인은 지혜를 얻게 되어 평안(樂)해한다.

이제마는 격동의 구한말을 거치면서, 새로운 시대를 꿈꾸었던 무인(武人)이자 지식인이며, 행정가인 동시에 의료인이 었다. 출생과 삶은 평온치 않았었지만, 새로운 사상을 만들어내는 데 두려움이 없었고, 새로운 해석을 제시함에 스스로 옳다고 자신했다.

이제마를 이해함에 있어 격동의 조선말기에 자신의 철학 이론을 세우고 의업(醫業)으로 활동했던 인간적인 면을 보아야 하며, 성인 혹은 최고의 완성된 모습으로 보는 것은 고전에 대한 그릇된 오류 — 신화화(神話化)에 빠지게 된다.
 

 

◆ 채 한 교수는...

부산대 한의학과 교수. 경희대에서 한의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문학>신인문학상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하버드 의대, 클리브랜드 클리닉에서 연구원으로 활약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토야마대와 워싱턴대 초빙교수를 지냈다. 한의사로는 드문 해외유학파로 ‘한의학 국제화’, ‘한의학 교육학’, ‘생리심리학’이라는 다양한 학문적 관심위에서 ‘사상의학’을 몸에 대한 치료뿐아니라 마음을 키우는 차세대 한의과학으로 새롭게 재해석했다. 문文·사史·철哲의 탄탄한 토대가 없다면 과학은 영혼을 잃고 방황할 수밖에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며, 왕성한 논문 발표와 함께 해외 저명 학술지의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교육에 대한 관심을 담은 저서로 《실습으로 익히는 의학논문 작성법》(공저, 2017), 《동의생리학》(공저, 2016), 《한의학 한자 1000》(2014), 《침구시술 안전 가이드》(공저, 20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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