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TV를 틀면 온통 '먹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바야흐로 먹방(먹는 방송)의 시대다. 어떤 질병에는 무슨 음식을 먹었더니 좋아졌다더라, 요즘 유행하는 이런저런 병이 무섭다는데 이런저런 음식을 먹으니 완벽하게 예방된다는 이야기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이니만큼, 연예인을 불러다 놓고 자신의 대단한 경험인 듯 치료 효과를 늘어놓는다. 아무래도 전문가라면 더 믿을 만하니, 의료인을 데려다가 어려운 말을 늘어놓고, 외국의 권위있는 논문을 보여주거나, 아니면 동양의학의 최고 고전에 쓰여 있다면서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제시한다. 

의학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경우라면,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시간을 때우려 TV 리모컨을 들었고, 웃고 즐기는 가운데, 전화기의 단추 몇 번으로 혹은 간단히 차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그 악명 높은 질병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 있지 않은가. 

웃고 즐기는 가운데 질병이 예방되고, 치료되고, 후유증을 없앤다니 참 좋은 세상이 되었다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걸음 물러나 의료인의 입장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다. 한의대를 입학하면서부터 들어왔던 ‘모든 약(藥)은 독(毒)이다’라는 일반화된 명제부터, 평소에 쉽게 사용되는 약들도 오랫동안 투여하면 없었던 병도 생긴다던, 그 전문가 교육에 정면으로 어긋나기 때문이다. 

불식간에 ‘이 귀한 약’ 하나면 모든 병이 예방되거나 나을 수 있다는 믿음에 15% DC라는 자본주의 논리를 불어 넣는 TV 홈쇼핑의 위세에 걱정만이 더해질 뿐이다. TV에서 의사들이 좋다고 했으니 먹으면 뭐라도 좋아질 거라는 생각은, 아무리 의료인이라고 해도 가장 가까운 가족을 말리기에도 힘에 부치는 어려운 일이다. 

건강기능식품을 몸에 좋다는 믿음 위에서 먹고 있는 가운데, 실상은 부작용이 걱정되는 것이 현실이다. 홍삼 건기식에 홍삼보다 설탕이 더 많이 들어 있을 것을 걱정하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니까.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꺼려하지만, 인삼을 사용한 건기식 남용의 의학적 부작용을 설명하는(Ginseng Abuse Syndrome) 인삼 과남용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있다. 건강한 생활을 위해 챙겨먹는 건기식으로 인해 없애려고 노력했던 많은 증상들-고혈압, 불면, 우울, 두통, 내분비 장애, 심혈관장애, 설사, 부종, 피부발진 등의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될 수 있다.

 

 

◆ 채 한 교수는...

부산대 한의학과 교수. 경희대에서 한의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문학>신인문학상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하버드의대, 클리브랜드 클리닉에서 연구원으로 활약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토야마대와 워싱턴대 초빙교수를 지냈다. 한의사로는 드문 해외유학파로 ‘한의학 국제화’, ‘한의학 교육학’, ‘생리심리학’이라는 다양한 학문적 관심위에서 ‘사상의학’을 몸에 대한 치료뿐아니라 마음을 키우는 차세대 한의과학으로 새롭게 재해석했다. 문(文)·사(史)·철(哲)의 탄탄한 토대가 없다면 과학은 영혼을 잃고 방황할 수밖에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며, 왕성한 논문 발표와 함께 해외 저명 학술지의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교육에 대한 관심을 담은 저서로 《실습으로 익히는 의학논문 작성법》(공저, 2017), 《동의생리학》(공저, 2016), 《한의학 한자 1000》(2014), 《침구시술 안전 가이드》(공저, 20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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