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만일 《논어》의 내용이 ‘나를 성장시키는 즐거움’에 머물렀다면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고전의 위치를 갖지 못했을 것이고 현대에서도 유효한 텍스트로 인정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논어》가 인류 문명에 끼친 큰 영향은 바로 ‘나’만이 아닌 ‘우리’가 함께 성장하는 힘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성찰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논어》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말이 ‘인(仁)’이지만, 공자는 이 인(仁)에 대해 명료하고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았다. 

그 대신 수많은 다양하고 구체적인 실례를 제시하는데 그 실례들은, 나만이 아닌 우리 사람이 사람답게 성장하기 위해 지향하는 가치로 귀결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제자가 “인(仁)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愛人)”라고 대답한 것이다. 

이처럼 사람을 사랑하는 인자(仁者)는 자신이 성장하고자 하면 남도 성장시키고, 자신이 잘되어 알려지려고 하면 남도 잘되어 알려지게끔 하는 것이다. 이미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에게 소치동계올림픽 출전은 확정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세계선수권대회 나가면서 “제가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티켓 수가 늘어나게 되는데, 최소 두 장은 따서 후배에게 올림픽을 경험할 기회를 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 대회에서 우승을 함으로써 올림픽 티켓 3장을 획득했고 그녀의 바람대로 2명의 유망주가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되었다. 공자는 누군가와 함께 노래를 부르다가도 상대방의 노래가 마음에 와 닿으면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 

노래방에서 흥겹게 주위 사람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도 그 사람의 노래를 더욱 잘 되게끔 하는 것이니, 역시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공자는 결코 인(仁)이 먼 곳에 있다고 하지 않았다. 인(仁)은 아주 가까운 데 있고 내가 그것을 하고자 하면 어느새 인(仁)의 곁에 있게 된다고 했다.

김연아 선수의 일화도 노래방에서 흥겹게 같이 노래 부르는 행위도 모두 인(仁)의 모습인 것이다. 경쟁에 내몰린 현대인 중 많은 사람이 남을 눌러 출세하는 것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고 남을 이기는 것이 곧 자신을 완성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길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달리게 되면 결국 ‘사람’은 없고 ‘욕구’만 남는 상태가 된다. 자칫 끝없는 비교, 경쟁, 승부의 상황에 내몰릴 우리들에게 사람다운 사람으로 안내하는 길이 《논어》에 있고, 인(仁)에 있는 것이다.

 

 

◆ 김성중 교수는...

계명대 한문교육과 조교수. 고려대 한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한문교육과 한문학을 공부한 후, 중국 인민대에서 한문문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문교육 이론과 실천의 효과적인 연계, 환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으며 언어생활로서의 효용 제고, 전통문화 가치 발전적 계승, 바람직한 가치관과 인성 함양 등을 염두에 두고 한자, 한문에 대한 교수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한문과 교육과정》(2011)의 연구집필진으로 참여해 한문 교과의 방향성을 설정했고 《EBS 수능 특강(한문)》(공저, 2012), 《중고등학교 한문 교과서》(공저, 2017) 등을 만들었다. 주요 논문으로는 <언어생활에 대한 한문교육의 효용성과 교육방안>(2014), <초등학교 한자교육에 필요한 적정 한자 수 및 한자 선정에 대한 검토>(2016), <전통시대 독서 담론의 한문 교육적 활용 방법 >(2017), <한국 한문 문법서의 성과와 향후 과제>(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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