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자신이 기뻐하는 춤과 노래를 열심히 연습했지만 데뷔를 하지 못하고, 설령 데뷔를 했다 해도 인기를 누리지 못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이처럼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도 아무런 불만 없이 지속적으로 배우고 익히면서 기뻐할 수 있는가? 공자는 솔직하게 답한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는데 화내지 않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인간의 욕구에 대해 깊은 연구를 진행한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매슬로우(Abraham H. Maslow, 1908~1970)는 우선 순위에 의해 정리된 5단계를 피라미드로 제시한 바 있다. 그것은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개인적인 안정・고용 안정・건강・사고로부터의 안전 등), 애정과 소속의 욕구(우정, 사랑, 소속감, 유대감), 존경의 욕구(타인으로부터의 존중 욕구, 자기 존중, 성취 등), 그리고 자기를 지속적으로 발전하게 하고자 하는 자아실현의 욕구로 구분된다.

아이돌로서 수많은 팬의 환호를 받고 싶고, 축구선수로서 실력과 인기를 얻고 싶은 마음은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존경 욕구이다. 그 존경 욕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는 원망하려는 마음이 움틀 수 있다.

원망의 대상은 특정 사람일 수도 있고 불특정 다수의 경쟁자일 수도 있고 또는 사회, 단체, 조직일 수도 있다. 원망하지 않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에 공자는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 원망하지 않는다면 참으로 군자답지 않겠는가?(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라고 했다. “남에게 존중받지 못해도 원망하지 말라”고 훈계할 수도 있지만, 그러한 상태에서도 원망하지 않는 것은 완성된 인격체인 군자 정도 되는 사람이고 그런 군자 같은 사람은 참으로 드물기에 공자는 무작정 타이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공자는 원망을 긍정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정확히 표현하면 원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지금,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대상’을 배우고 익히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배우고 익히는 데 집중해 기뻐함으로 자아 성장, 실현의 욕구가 이미 충족되었으니 타인에게 떠받들어지고 싶은 존경 욕구는 논의의 대상이 아니게 된다.

공자가 남에게 보이기 위한 배움이 아닌 자신을 위하는 배움을 하라고 그토록 강조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부모가 원해, 남들이 하는 것이 멋있게 보여서, 스케이트와 축구와 노래, 춤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자신의 성장을 위해 했으니 그 자체로 참으로 기쁜 것이지, 설령 스타가 되지 않았다 해 무슨 원망할 것이 있는가?

 

◆ 김성중 교수는...

계명대 한문교육과 조교수. 고려대 한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한문교육과 한문학을 공부한 후, 중국 인민대에서 한문문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문교육 이론과 실천의 효과적인 연계, 환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으며 언어생활로서의 효용 제고, 전통문화 가치 발전적 계승, 바람직한 가치관과 인성 함양 등을 염두에 두고 한자, 한문에 대한 교수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한문과 교육과정》(2011)의 연구집필진으로 참여해 한문 교과의 방향성을 설정했고 《EBS 수능 특강(한문)》(공저, 2012), 《중고등학교 한문 교과서》(공저, 2017) 등을 만들었다. 주요 논문으로는 <언어생활에 대한 한문교육의 효용성과 교육방안>(2014), <초등학교 한자교육에 필요한 적정 한자 수 및 한자 선정에 대한 검토>(2016), <전통시대 독서 담론의 한문 교육적 활용 방법 >(2017), <한국 한문 문법서의 성과와 향후 과제>(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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