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공자는 배움이야말로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으로 본다. 《논어》가 “배우고 제때에 그것을 익히면 참으로 기쁘지 않겠는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로 시작하는 것은, 바로 배움의 즐거움을 대변해준다 할 수 있다.

현재의 청소년들에게 ‘배움이 기쁘다’는 말은 해괴망측하게 들릴지 모른다.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심지어 자살까지 이르는 일을 적지 않게 접하는 그들에게 공자의 말은 현실과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말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자의 이 말은 성적을 위한 공부, 입시를 위한 공부로 인한 기쁨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즉 배움의 대상이 제도와 환경에 의해, 당위적으로 배워야 하는 ‘그것’이 아니라 배우고 싶어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즐거운 ‘그것’을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돌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청소년들에게 대형연예기획사의 연습생으로 들어가 춤과 노래를 ‘배우고 익힐 수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참으로 기쁜 일이다.

김연아, 박지성 같은 선수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피겨와 축구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들에게 이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배움의 대상이 즐거움의 대상이기 때문에 배우며, 그 배운 것을 제때에 연습함으로써 더 큰 즐거움을 만끽하게 되는 것이다.

축구 선수가 되고 싶은데 가르쳐 줄 코치도 없고 공을 찰 축구장도 없는 경우와 비교해 보라! 고금의 많은 학자들은 《논어》 맨 처음에 등장하는 이 ‘배움(學)’ 의 대상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는데 나는 ‘지금,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그리고 동일한 사람이라도 시기에 따라,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이 다르기에 ‘배움(學)’의 대상은 다채로울 수밖에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 배우고 익히는 대상이 자신이 기뻐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배움(學)’의 대상이 자신의 성장을 위함이 아닌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으로 변질되는 것을 공자는 우려했다.

춤과 노래, 피겨스케이팅, 축구 그 자체가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시켜서, 남들이 하는 모습을 보니까 왠지 멋있어서 하는 것은 자신의 성장, 자아의 실현이 아닌 것이다. ‘배움(學)’은 ‘익힘(習)’을 통해 완성되기에 ‘부단히 반복해 몸에 젖어들게 하는 익힘의 과정’이 포함되어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배움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자신이 지향하는 목적이 보다 뚜렷해지고 그 목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며, 매 걸음이 자신의 몸에 배어들도록 익숙히 하는 과정에 즐거움이 존재하는 것이다.

 

 

◆ 김성중 교수는...

계명대 한문교육과 조교수. 고려대 한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한문교육과 한문학을 공부한 후, 중국 인민대에서 한문문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문교육 이론과 실천의 효과적인 연계, 환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으며 언어생활로서의 효용 제고, 전통문화 가치 발전적 계승, 바람직한 가치관과 인성 함양 등을 염두에 두고 한자, 한문에 대한 교수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한문과 교육과정》(2011)의 연구집필진으로 참여해 한문 교과의 방향성을 설정했고 《EBS 수능 특강(한문)》(공저, 2012), 《중고등학교 한문 교과서》(공저, 2017) 등을 만들었다. 주요 논문으로는 <언어생활에 대한 한문교육의 효용성과 교육방안>(2014), <초등학교 한자교육에 필요한 적정 한자 수 및 한자 선정에 대한 검토>(2016), <전통시대 독서 담론의 한문 교육적 활용 방법 >(2017), <한국 한문 문법서의 성과와 향후 과제>(2018) 등이 있다.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