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무예’라는 용어는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막상 설명하려고 하면 무예를 전공하는 사람조차도 쉽지 않다. 무예는 공격과 방어 동작으로 구성된 기예로서, 종합적인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무예는 다양한 목적으로 행해지면서 면면히 이어져 왔는데, 신체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으로 구분을 할 수 있다. 신체적인 면은 무예를 통해 인간 자신을 방어하고 보호하는 호신(護身), 인간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건신(健身)이나 양생(養生) 등의 형태로 행해졌다. 정신적인 면은 무예를 통해 인간 자신의 내적 깊이를 더하는 수양(修養)이나 수심(修心), 그리고 정(精) - 기(氣) - 신(神) 과정을 거친 득도(得道)의 경지에 도달하는 등의 형태로 행해졌다. 이러한 무예는 서양보다는 동양에서 더욱 그 진가가 발휘되고 있는데, 동양무예 혹은 아시아무예라는 이름으로 그 신비스러움이 전해져 오고 있다.

무예의 기본 목적은 살생에 있으며, 이념적인 목적은 정의 실현에 두고 있는데, 형이하학(形而下學)과 형이상학(形而上學)을 모두 수용하고 있다. 살생을 기본 목적으로 탄생된 무예는 역사와 함께 각 시대의 부합된 요구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어 왔다.

원시시대를 시작으로 동물이나 외부 환경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고, 나아가 가족을 포함한 사회와 국가의 방어를 위해 무예가 존재되어 왔다. 특히 생존을 위한 자급자족의 수렵이나 사냥 등에 크게 활용되기도 했다. 무예의 최고 목적인 정의실현 역시 무예세계에서 이루어졌는데, 바로 중국 무예세계에 있었던 강호(江湖)이다.

고대시대 치외법권(治外法權)이었던 강호에서는 정의실현만이 최고의 판단 기준이자 보이지 않은 법이었다. 정의실현이라는 명분하에 이루어진 무예 활동은 살생까지도 허용되며 타당하 고 합리적인 최고의 판단기준이 되었다.         

이러한 무예라는 용어는 중국의 《시경(詩經)》, 《관자(管子)》, 《 한서(漢書)》 같은 문헌에서 볼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최초로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에서 볼 수 있으며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무예제보(武藝諸譜)》, 《무예제보번역속집(武藝諸譜飜譯續集)》, 《무예신보(武藝新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 등에서도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한자문화권인 우리나라의 무예 용어는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을 추정할 수 있다. ‘무(武)’라는 글자 자체의 개념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칠 지(止)와 창 과(戈)로 이루어진 회의문자로 전쟁이나 무력을 제지하는 의미와 다리 지(止)와 창 과(戈)로 이루어진 상형문자로서 창 같은 무기를 들고 용맹하게 전진하는 의미가 있다.

글자 뜻만 보면 ‘무’의 개념은 평화와 전쟁의 양극화된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지난 과거에 이 용어가 악용되기도 했는데,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무도를 통해 평화적인 의미의 ‘무’를 강조하고, 조선을 억제하고 통치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도 이때의 교육이 일부 계승되어 왜곡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러한 ‘무’가 ‘예’와 합해지면서 기술적인 의미와 정신적이고 수양적인 의미가 내포된 종합적인 의미의 무예 용어가 형성되었다.

필자가 종합적인 무예의 내용을 다양한 문헌을 근거로 정리한 것이다. 무예에는 종합적인 개념이 내포되어 있으 며, 광의(廣義)의 무예와 협의(狹義)의 무예로 구분된다. 광의의 무예는 양생술, 공부술, 상과술, 협의무예, 유희, 특기예가 있으며, 협의의 무예는 무학, 무술, 무덕이 있다. 양생술은 건강과 장수 등의 양생기술이며, 공부술은 근력이나 유연성과 같은 체력 향상 등을 위한 중량훈련 기술이고, 상과술은 상해구급 및 응급처치 기술이다.

협의의 무예는 무학, 무술, 무덕으로 다시 구분된다. 무학은 기초학문과 무예전문 이론이며, 무술은 공격과 방어의 개념을 가진 기예인 전통무술과 경기무술로 구분된다. 무덕은 무예인 지켜야 될 윤리와 도덕 덕목과 방법이다. 무덕은 인(仁), 의(義), 예(藝), 지(智), 신(信), 용(勇)을 통해 표현될 수 있다. 특히 용은 무예인의 윤리와 도덕의 기준과 행위의 실천이며, 대용(大勇)과 소용(小勇)으로 구분된다.

대용은 자신보다 타인이나 국가 등을 위해 실천되며, 소용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실천되는 것을 말한다. 유희는 장기, 바둑, 줄다리기, 강강술래, 차전놀이 등의 다양한 놀이이며, 특기예는 도립, 낙법, 돌깨기, 줄타기, 잡기 등의 특별한 기술과 기예다.

무예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회복과 치유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볼 수 있다. 무예 수련 과정을 거치면서 터득할 수 있는 양생술, 공부술, 상과술, 협의무예, 유희, 특기예가 있으며, 그중 유희와 특기예는 우리 생활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응용되어 회복 혹은 힐링을 할 수 있는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 박귀순 교수는...

영산대 태권도학부 동양무예전공 교수. 대만국립사범대와 일본국립가나자 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무예사’, ‘한·중·일 무예교류사’, ‘무예사상· 철학’, ‘체육철학’, ‘체육사’ 등을 중심으로 한 이론과 우슈를 비롯한 동양무예 실기를 가르치며, 무예를 통한 치유의 가능성과 방법, 효과 등을 설파하며 실용적인 학문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무예 실기에 치중된 무예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이론과 인성을 겸비한 미래지향적이고 화합할 수 있는 무예, 체육인이 성장할 토대를 조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무예의 역사·문화적 조명》(공저, 2004), 《體育ㆍスポ?ツ史の世界-大地と人と歷史との?話-》(공저, 2012), 《한국체육사》(공저, 2015), 《한국체육인명사전》(공저, 2015), 《한국의 스포츠학 70년》(공저, 2017), 《동양무예의 연구-한국의 무예도보통지의 24반 무예 형성을 중심으로-》(2017) 등이 있다. 그리고 국내는 물론 중국, 대만, 일본, 그리고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the History of Sport>(SSCI) 등의 저명 학술지에 무예와 체육·스포츠와 관련된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동북아시아 체육·스포츠사학회 최우수논문상(2005)과 한국체육사학회 우수논문상(2016)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영국 러프버러대(Loughborough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활동하며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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