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여기까지 숲의 물리적, 심리적 효과를 확인했다. 그럼 이제 숲에 안겨보자. 숲에서 신나게 놀아보자. 놀이란 생산적인 목적없이 시간을 즐기는 행위다. 매우 가치없어 보이는 행위 같지만 놀이전문가 스튜어트 브라운(Stuart Brown)은 놀이의 반대어는 ‘우울증’이라고 말 한다. 스튜어트 브라운은 도널드 헵(Donald Hebb)의 이론을 받아서 인간은 놀이를 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생존에 필요한 다양 한 방법들에 대한 판단과 의사결정을 배운다는 것이다.

특히,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유년기가 긴데 긴 시간 동안 놀이를 통해 뇌를 발달시켜야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놀이문화 특히, 놀이시설의 실태를 보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음을 알게된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나라 사람들 절반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살펴보자. 아파트에 딸린 어린이놀이터의 경우 우리나라 어디를 가더라도 판에 박힌 듯 조합놀이대, 그네, 시소 정도의 놀이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놀이터 바닥은 유해성 및 안전성 논란이 있는 폐타이어를 분쇄해 만든 고무칩으로 되어 있다. 흙은 물론이고 모래를 도입하려고 해도 오히려 관리 및 위생에 문제가 있다고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놀이터에 우리의 아이들을 뛰놀게 하면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미래의 인재로 키우는 것이 어불성설로 느껴진다.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은 놀이시설에 대한 안전규정을 담은 기준을 갖고 있다. 이 규정의 서문에는 “놀이시설은 어린이들에게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의 우연한 위험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이런 위험은 필수적 학습경험으로 예측가능하다.”라고 되어 있다. 즉, 놀이시설이 경험을 통해 학습의 과정으로 연계되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그래서 그런지 유럽 대부분의 놀이터 는 자연의 재료인 흙, 물, 나무 등을 이용한 놀이시설이 대세다.

이러한 추세는 전 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Arkansas Little Rock의 빌 클린턴 대통령기념관의 어린이 놀이터라든지 바람의 도시 시카고의 마천루가 늘어선 경관이 보이는 미시간호 근처의 밀레니엄파크의 어린이 놀이터도 자연의 지형과 형태를 따르는 놀이터로 조성되었다.

이러한 놀이터는 도심속에서 최대한 자연을 흉내내는 유형이라고 보면 최고의 놀이터는 바로 ‘숲놀이터’라고 할 수 있다. 도시라는 여건에서 최대한의 자연을 흉내내고 있다. 직접 숲에서 뛰어 논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그렇다면 놀이는 어린이들의 전유물일까? 아니다. 놀이터를 어떻게 만들어야 어린이들이 좋아할까를 고민할 때 평가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어른들인 우리가 놀아보는 것이다.

본능을 어른들인 우리가 놀아서 재미있다면 어린이들은 무조건 재미있어 한다고 보면 된다. 이 말은 어른들도 어린이들처럼 여전히 노는 것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면서 사회적 체면과 권위 속에서 천진했던 시절의 속마음을 숨겨 왔고 어느새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본능을 숨겨야 했던 사회적 망각이 최근에 깨어나고 있는 듯하다. 키덜트(kidult)! 키드(kid
)와 애덜트(adult)의 합성어인 이 말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어른들도 숲에서 놀자. 가장 좋은 놀이터가 숲이고, 숲유치원, 숲속 놀이터가 대세로 뜨고 있는 이때 어른들도 숲에서 놀 필요가 있다. 만약 노는 것이 어색하다면 그것은 체면 때문에 우리가 놀아보지 않아서다. 어른들도 숲에서 자연과 더불어 놀아보자. 자연으로 돌아간 우리는 자연이 주는 최고의 물리적, 심리적 혜택 속에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필자는 각박한 사회속에서 자연과 접하고 벗하며 그동안 쌓인 각종 스트레스를 벗어던지는 방법으로 나무에게, 그리고 숲에게 하소연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한 시인은 마을나무에 걸린 확성기를 보면 이렇게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백년을 산 나무는
가슴에 동그란 입을 갖다 달았다.
온 동네 사람들은 이 나무 말을 귀담아 듣는다.

_조민

이제 나무와 숲의 이야기도 들어줘야겠다.

 

 

◆ 최송현 교수는...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서울시립대에서 조경학으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학과에서 응용생태연구실을 운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 조경식물학’, ‘환경생태학’, ‘지리정보체계(GIS)’ 등을 가르치고 있다. 산림생태를 연구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산야에서 숲과 나무를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태학에 스며 있는 ‘평등’과 ‘공생’의 깊은 의미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류의 마지막 보고라 할 수 있는 국립공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같은 보호지역의 자원, 이용, 관리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한국환경생태학회의 ‘국립공원 및 보호지역 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보호지역과 관련된 활동은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자연을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기 위함이다. 《최신조경 식물학》(공저, 2018), 《공원에서 정원을 보다》(공저, 2014), 《한국의 전통사찰》(공저, 2012)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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