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나무와 숲에서 얻는 신체적, 정신적 효과는 과학적으로 수없이 증명되었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개인적인 취향으로 숲에 가는 것을 꺼릴 뿐이지 기회만 된다면 누구나 가고 싶은 곳이 바로 숲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오래 두고 보면 싫증나기 마련인데 숲은 그런 것이 없다. 왜 그럴까? 이번에는 숲의 심리적 치유의 효과를 알아보자. 우리가 피상적으로 보는 숲은 늘 변함이 없어 보인다. 그 이유는 숲 생태계의 시간과 우리의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2017년 우리나라 사람의 기대수명은 83.1세라고 하는 데, 기대수명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백세시대라고 하지 않던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일생이 있듯이 숲도 일생이 있다. 숲의 시작은 아무 것도 없는 맨땅에서 시작된다. 시간이 지나면 맨땅에 종자들이 날아들어와 뿌리를 내리고 성장한다.

초기에 들어오는 식물들은 종자가 작고 가벼워 널리 퍼지는 것들이다. 대체로 1년초인데 우리 주변에 농사를 짓다만 밭이나 논을 보면 흔히들 ‘잡초’라고 하는 식물들이 들어와 자리 잡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민들레, 질경이, 망초, 개망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맨땅은 처음과 달리 비옥해지며 목본식물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육상에서는 주로 소나무가 그 주인공이다. 소나무는 나무의 크기에 비해 씨앗이 턱없이 작다. 솔방울 비늘조각 사이사이에 날개를 단 씨앗이 들어있다. 다량 생산된 작고 가벼운 소나무 씨앗이 날개까지 달고 널리 퍼지기 때문에 빈 땅에 자리잡기 유리한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소나무숲은 햇볕을 독차지하며 오랜 시간 그들만의 세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어디에선가 유입된 도토리가 소나무 밑에서 발아해 점차 세력을 키워나가게 된다. 낙엽이 지고 넓은 잎을 가진 도토리나무를 우리는 참나무라고 부르는데, 엄격히 구분하면 신갈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의 6가지 종류가 있다. 소나무는 이들 나무에게 밀려나게 되고, 이들 참나무류들도 다시 세월이 흐르면 서어나무와 같은 나무들에게 최종적으로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서어나무, 까치박달과 같은 나무들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을 우리는 극상(極相)이라고 부른다. 최전성기의 숲이라고 할 수 있다. 맨 땅에서 울창한 숲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천이(遷移)’라고 부르는데, 통상 150년에서 200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극상의 숲은 자연발화나 기타의 이유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데 이것이 숲의 일생이다. 인간의 수명으로는 인간보다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숲의 일생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움직임이 없어 보일 정도로 이렇게 더디게 발전하는 숲은, 그래서 사람의 시간에서는 변화가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숲은 봄철에 물이 오르면서 연한 녹색의 어린잎을 내고,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진한 초록으로 변화해 광합성을 한다. 가을에는 형형색색 단풍으로 변한다. 잎 하나도 계절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변화하니 따지고 보면 어느 순간도 같은 색이나 모양을 유지하지 않는다.

꽃은 어떠한가? 이른 봄 하얀 목련과 노란 생강나무, 산수유의 꽃은 상큼하기 이를 데 없고 연분홍 진달래와 철쭉은 사람들에게 환희를 준다. 거기에 더해 나무껍질이 거친 굴참나무, 매끈한 노각나무, 하얀 사람주나무, 까만 때죽나무, 갈색 비목나무 등 수피마저도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열매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거기에 더해 어우러지는 온갖 동물들이 쉼없는 변화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이 바로 우리에게 싫증나지 않는 숲의 숨은 요인이다.

 

 

◆ 최송현 교수는...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서울시립대에서 조경학으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학과에서 응용생태연구실을 운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 조경식물학’, ‘환경생태학’, ‘지리정보체계(GIS)’ 등을 가르치고 있다. 산림생태를 연구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산야에서 숲과 나무를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태학에 스며 있는 ‘평등’과 ‘공생’의 깊은 의미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류의 마지막 보고라 할 수 있는 국립공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같은 보호지역의 자원, 이용, 관리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한국환경생태학회의 ‘국립공원 및 보호지역 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보호지역과 관련된 활동은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자연을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기 위함이다. 《최신조경 식물학》(공저, 2018), 《공원에서 정원을 보다》(공저, 2014), 《한국의 전통사찰》(공저, 2012) 등의 저서가 있다.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