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그렇다면 상상력교육은 실천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건 교수는 비고츠키의 이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오랫동안 그 교육적 실천방법론을 모색했다. 마침내 그는 상상력이 학습의 깊이를 더해주는 중요한 열쇠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이를 활용하는 실천적인 교수법인 LiDLearning in Depth를 제안했다. 

LiD는 이름 그대로 심층학습의 일종이다. 다만, 여타의 심층학습이 어려운 과제를 두고 이를 해결하는 방식이라면 LiD는 아주 단순한 토픽을 모티브로 삼아 오랜 기간 확산적인 탐구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이다. LiD 프로그램은 아주 단순하다. 한 명의 학습자는 우연히 부여받은 토픽을 장기간 권장에 걸쳐 학습하고 그 결과를 포트폴리오로 축적한다. 

가령, 한 학생이 ‘사과’라는 토픽을 부여받으면 이를 수 년간에 걸쳐 연구하며 자기만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해 나간다. 이 학생은 자유로운 상상력의 작용을 통해 사과의 품종과 특성이라는 생물학적 주제에서, 아담과 이브, 페르시아 민담 속의 사과 등 신화와 문학의 영역, 사과의 보급과 영향이라는 지리학적 영역, ‘사과’라는 단어를 통한 어학 영역, 사과의 유통과 분배, 가격결정이라는 경제학적 영역 등 다양한 분야로 자연스럽게 사고를 확장해나간다.

<표1> 세레머니, 포트폴리오, 프리젠테이션 예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작 단계에서 학습자는 기준폭, 넓이, 정서적 연관성을 충족한 주제목록 중 하나를 우연히 부여받는다. 시작 단계는 성대한 세레머니로 진행되는데, 학습자들은 이 과정에서 학교안에서 단 하나뿐인 주제를 운명적으로 뽑게 되고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서 주제에 대한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느끼는 동시에 강렬한 희열을 경험한다. 

진행 단계에서 학습자는 매주 1시간가량 토픽에 대한 자유로운 학습을 한다. 토픽에 관한 활동이라면 그 어떤 것도 가능하다. 다만, 교사는 학습자의 지적 성장 단계에 따라 상상력을 촉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질문과 활동을 제시한다. 개인의 인지 수준에 적합한 질문은 배움이 한 단계 도약 할 수 있는 비계(scaffolding)를 제공한다. 

LiD는 저학년부터 시작하기를 권장하기 때문에 활동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인지능력이 낮은 저학년 학습자의 경우에 토픽에 대한 신체적이고 정서적인 활동이 주를 이룬다. 토픽에 물리적으로 가까이 다가가 본다든지, 관련된 노래를 불러보거나 그림을 그리는 식이다. 인지 수준이 높아질수록 질문과 활동은 보다 지적이고 고차적으로 변모한다. 

LiD의 독특한 특성은 질문이 확산적이라는 데 있다. 문제 해결식 프로젝트 학습법과는 달리 LiD는 뚜렷한 최종목표를 상정하지 않는다. 개인에게 주어진 토픽은 학습의 도달점이 아닌 질문의 출발점일 뿐이므로, 학습자의 상상력은 교과의 경계를 넘어 무한대로 뻗어나갈 수 있다.

최종적으로 LiD의 결과는 포트폴리오의 형태로 모두 축적된다. 학습자들은 정기적인 피드백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자신의 연구를 교사 및 또래들과 나누고 때에 따라 협력 연구를 진행할 수도 있다. LiD는 기본적으로 지식을 이해하고 배움에서 기쁨을 느끼는 데 기여한다. 또한 부수적으로 표현력, 응용력, 미디어 활용능력, 학습방법 등 도구적인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도 효과가 있다. 지식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과정에서 획득한 여러 종류의 학습전략은 일반 교과목의 학습으로 전이될 수 있다.
 

 

◆ 김회용 교수는...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 피츠버그대(Univ. of Pittsburgh)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경상대 교육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어린이 철학’, ‘사고력 교육’, ‘상상력교육’ 등 아동의 철학적 사유 능력 증진에 관심을 두고, 철학 이론을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상력을 활용하는 학습이론인 ‘깊은 학습(Learnin in Depth)’ 프로그램을 초등학교에 적용해 교육학계와 학교 현장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저서로 《교육과 교육학》(공저, 2015), 《다문화 교육의 현황과 과제》(공저, 2008), 《교육철학 및 교육사》(공저, 2014), 《교육학개론》(공저, 2014), 《좋은 교육》(공저, 2007), 《질적 연구: 우리나라의 걸작선》(공저, 2008) 등이 있고, 역서로는 《상상력교육, 미래의 학교를 디자인하다》(공역, 2014), 《깊은 학습, 지식의 바다로 빠지다》(공역, 2014), 《교육연구의 철학》(공역, 2015), 《교육과 지식의 본질》(공역, 2013), 《머리 속의 수레바퀴》 (공역, 200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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