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훈 회장의 ‘에어버스 외교’ 데자뷔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구애’로 구광모 LG 회장이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마크롱 행정부의 경제관료들로 구성된 협상팀이 극비리에 방한해 LG 수뇌부와 접촉한 정황을 <뉴스비전e> 탐사팀이 포착했다. 경제특사들이 파리에서 서울을 다녀가며 하룻밤도 묵지 않고 서둘 만큼 시급하게 LG와 다룰 사안은 무엇이었을까?

구광모 회장과 무슨 얘기 오갔나?···폴란드공장 증설 계획 중 틈새공략···경영상 동유럽이 유리한 입지···문재인 정부는 프랑스와 북핵외교···조중훈의 ‘에어버스 외교’ 데자뷔···딜레마에 빠진 구광모의 선택은?

◆글 싣는 순서
ⓛ 마크롱, 구광모에 전기차배터리공장 유치 요구
② 구광모의 딜레마: 프랑스는 불리한 입지
③ 구광모의 딜레마: 문재인 정부 눈치 봐야
④ 구광모의 딜레마: 울며 겨자 먹어야 하나?

[뉴스비전e] 한국 정부와 프랑스 정부간 외교문제 해결사의 원조 총수는 고(故) 조중훈 한진 회장이다.

1971년 북한은 세계보건 기구(WHO) 단독 가입을 추진하면서 프랑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아프리카의 옛 식민지들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프랑스를 통해 득표한다는 계산이었다.

프랑스의 지지를 얻는 조건으로 2억 달러에 달하는 건설 장비를 구매해주었고, 그 결과 북한의 WHO 단독가입은 유력해졌다.

프랑스가 한국을 배제하고 북한과 손잡은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한국 정부가 도시지하철 기술용역을 프랑스에 주기로 했다가 막판에 일본으로 돌아서면서 엘리제궁의 심기를 건드려 ‘외교단절’ 위기에 봉착했던 것이다.

당시 김종필 총리가 찾아가자 프랑스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에어버스 구매를 제안했다.

애꿎은 조중훈 회장만 난감하게 되었다. 에어버스는 성능 파악도 안되어 주주국인 영국과 스페인 항공사들도 주문을 꺼리고 있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정부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에어버스를 구매했다.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구광모 회장이 다시 “울며 겨자를 먹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프랑스어 ‘데자뷔(deja vu)’가 연상된다.

문재인 정부가 LG에 호의만 보이고 있는 건 아닌 지도 모른다.

지난 3월 공 정거래위원회는 LG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총수 일가 지분이 있는 물류계 열사 판토스가 타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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