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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특강★시민의 인성] 임정화 교수③ 동떨어진 세계

[뉴스비전e] 저와 꽤 오랫동안 만나온 환자가 있었습니다. 부모님과 극심한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20대 초반의 여자 환자였습니다. 부모에게 끌려온 젊은 환자들이 으레 그렇듯 면담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질문을 해도 단답식의 대답만 돌아왔고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두세 차례 면담이 반복되었고 치료에 진척이 없어 답답했던 시점에 아주 우연히 저와 그 환자가 같은 배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환자와의 이야기할 거리가 생겨서 기뻤던 나는 그 환자와 제가 좋아하는 배우와 그가 출연한 영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은 그 환자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의외로 이야기할 공통 주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 다.

몇 번의 세션이 지나고 그 환자는 부모님과의 갈등, 가족에 대한 자신의 불만, 앞으로의 소망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치료는 진도가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제게 오기 전 그 환자와 환자의 부모님은 소통의 채널을 찾지 못했던 것이지요.

청소년 자녀를 둔 많은 부모님들이 자식들과 대화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일단 세상의 변화가 너무 빠르고 그 모든 변화에 적응하기에는 부모님들도 어렵습니다. 중고등학생 급식을 먹는 학생들이 쓰는 말인 ‘급식체’도 몇 주가 무섭게 변해가고 있으니까요. 또 부모님과 자녀는 관심사도 다릅니다.

지금의 중고등학생 놀이문화, 또래와 관계 맺는 방법, 학교생활은 부모 세대와는 차이가 많습니다. 사고방식과 가치관도 다릅니다. 부모님들은 사춘기 자녀가 항상 걱정스럽고 자녀들을 올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제 머리가 굵은 자녀들은 부모님 말씀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지요. 대들거나 말대꾸를 하거나 화를 내거나 입을 꾹 다물어 버리는 것 모두 부모님의 말에 공감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지요.

소통의 채널을 찾지 못하면 서로 동떨어진 세계에 있게 되고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이 나에게 하는 말은 그저 공허하고 귀찮습니다. 미국 사람이 한국의 문화에 대해 어쩌구저쩌구 이야기하면 한국 사람은 그저 가소로울 뿐인 것처럼요.

 

◆ 임정화 교수는...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신경정신과 부교수. 대전대에서 한의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병원 한방신경정신과에서 전문의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교육이사를 맡고 있다. 환자의 치유와 나 자신의 성장을 위해 명상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한국명상학회 명상지도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했고, 마음의 변화 상태를 눈으로 관찰하고자 뉴로피드백과 정량화뇌가검사(QEEG)를 공부 중이며 뉴로피드백과 QEEG의 Technologist certification board를 취득했다.

임정화 교수  suede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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