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몸이 허한 것 같아 한약을 드셔보거나 발목을 삐끗해 침을 맞아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한약을 처방하고 침을 놓는 사람이 한의사이고 한의사가 공부하는 학문이 한의학 입니다.

저는 한의학 중 한방신경정신과학을 전공한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입니다. 많은 사람이 아직 모르지만 한의사도 의사처럼 전문의가 있답니다. 저를 주로 찾는 환자들을 짐작하실 수 있을까요? 정신과학에서 힌트를 얻으셨을 겁니다. 나는 마음이 불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이 있으신 분들을 임상현장에서 자주 만납니다. 제가 만난 어떤 정신과의사 선생님은 의사를 찾아오는 사람은 환자 역할을 하는 것이고 진료실에서 환자를 만나고 진료하는 사람은 의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말이었지만 나는 이 말을 듣고 그 동안 환자를 대했던 저의 태도를 반성했습니다. 진료실에서는 힘의 구조상 의사는 아무래도 환자보다 위에 있게 되기 쉽습니다. 전문지식을 가지고 긴 시간 훈련을 받았으며 약이나 치료방식을 처방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 힘의 우위는 전문직업인으로서의 내가 환자보다 의학적 지식이 많다는 것을 의미할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환자도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어느 특정 시기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해 지금의 환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그 사람이 원래 환자로 태어난 것이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입니다.

그러나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은 간혹 만나는 사람을 특정 시기, 특정 부분의 모습만으로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는 혹시라도 삶의 질곡에서 고통받는 환자들의 삶의 방식을 비판하거나 제 잣대로 판단한 것은 아닌지 가슴이 뜨끔해졌습니다.

인본주의 심리학을 이끈 칼 로저스(Carl Roger)는 인간을 매우 긍정적으로 인식했습니다. 인간은 자아실현의 욕구를 지닌 능동적이고 활동적인 존재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가 말한 치료는 의사가 생각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환자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환자가 현재 경험하는 감정, 체험을 치료자가 공감하고 존중하면 환자 스스로 발전적인 방향으로 성장한다고 했습니다. 인간에 대한 매우 깊은 신뢰가 있으셨던 분입니다.

제 이야기로 돌아와 그 뒤로 나는 환자의 경험을 존중하고 함께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점검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누군가를 만나서 치료적 관계를 맺는 것은 그 사람의 아프기 전 온전한 모습에 대한 존중과 스스로 성장하고자 하는 내면을 믿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정말 아픔을 통해 눈부시게 성장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제부터 나는 저를 찾아왔던 분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제가 느낀 점에 대해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 임정화 교수는...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신경정신과 부교수. 대전대에서 한의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병원 한방신경정신과에서 전문의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교육이사를 맡고 있다. 환자의 치유와 나 자신의 성장을 위해 명상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한국명상학회 명상지도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했고, 마음의 변화 상태를 눈으로 관찰하고자 뉴로피드백과 정량화뇌가검사(QEEG)를 공부 중이며 뉴로피드백과 QEEG의 Technologist certification board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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